보험·증권 CEO선임 규제 안받아

정부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려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수정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 경우 금융지주사와 은행들만 모범규준 적용을 받고, 보험사나 증권사는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계열 금융회사나 한화생명 등 한화 계열 금융회사들은 현행처럼 규제를 받지 않고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을 선임하면 된다. 당초 정부는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금융회사들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만들어 CEO와 임원을 추천하도록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내놓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서 당초 2016년부터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려던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입법예고 기간 동안 금융회사들과 국회, 각종 협회 등을 통해서 수렴한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까지 적용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내부 검토가 있어 일단 보험사나 증권사,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어떤 방식으로 제외할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행일까지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게 모범규준을 수정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지배구조 모범규준 적용대상 금융회사는 당초 118개에서 금융지주 11곳과 은행 18곳을 포함한 총 29곳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대기업 계열 보험사를 비롯한 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은행과 달리 대주주가 명확하기 때문에 CEO나 경영진 승계 지연 우려가 없고 지속적인 평가와 재신임을 통해 CEO리스크가 견제되고 있다”며 “주주 권리만 침해당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대주주가 없어 지배구조가 부실한 은행권에 적용하는 것은 맞지만 제2금융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에서는 특정 대기업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정부가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공성이 강한 금융회사의 CEO나 임원이 되려면 어느 정도 경험이 있거나, 경험을 갖출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송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