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설정액은 2조9200억원으로 한 달 새 5691억원 늘었다. 삼성SDS 공모를 앞두고 지난 10월 2조원을 넘어섰던 잔액이 제일모직 공모청약을 맞아 3조원을 넘보게 된 것이다.
이 펀드에는 올해 들어 공모·사모펀드에만 2조30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고 자문사 투자일임 상품과 증권사 특정금전신탁에도 각각 4700억원, 1200억원이 유입됐다. 4월 출시 이후 8개월 만의 성과다. 최근 3개월간은 펀드시장 ‘블랙홀’로 불리던 배당주 펀드보다 많은 돈이 들어왔다.
제일모직의 성공적인 상장에 힘입어 수익률에도 날개가 달렸다. 제일모직이 상장 이틀을 맞은 지난 19일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하루 수익률도 4~5%에 이르렀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월 출시한 ‘KTB공모주하이일드분리과세증권투자신탁 2[채권혼합]’는 하루 만에 5.33% 수익을 냈다. 설정 2개월이 지난 이 펀드의 누적수익률은 7.26%. 삼성SDS와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서 드러난 우선배정의 위력을 입증했다. 사모펀드인 ‘동양공모주분리과세하이일드사모증권투자신탁7(채권혼합)’도 하루 만에 5.39% 수익을 냈다.
자문사의 투자일임형 상품 수익률은 더 높다. 운용잔액 2000억원을 넘긴 한국채권투자자문의 설정 후 수익률은 20%에 이른다. 6월에 가입한 투자자의 수익률도 15%를 넘겼다.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공모주 투자에서 최고 효율을 내면서 내년에도 이 상품의 흥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분리과세 혜택의 일몰을 내년 12월까지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3조원을 끌어모으면서 종전에 급매물 위주였던 BBB+ 이하 비우량 회사채 시장도 정상적인 거래 위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펀드가 하이일드채권시장의 성숙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인기를 끈 비결은 분리과세가 아닌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컸다. 공모 물량의 10%를 펀드에 우선 배정하면서 이 펀드가 사실상 공모주 펀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LIG넥스원 티브로드홀딩스 제주항공 등 알짜 기업들이 상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하이일드 펀드 고수익 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놨던 또 다른 정책 펀드인
연간 납입액 600만원까지 납입액의 40%만큼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이 상품은 가입 자격을 연간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로 제한하면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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