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구조 개편 불붙었다 ④ 한진그룹 ◆
한진그룹이 지주회사 설립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3년 8월 1일 한진칼을 출범시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시작한 한진그룹은 내년 7월 말까지 전환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정석기업 (주)한진 한진칼 등 지배구조 상단에 위치한 계열사 간 지분 정리 작업과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증손자회사(손자회사의 자회사) 지분 추가 매입 등 지난한 작업이 남아 있어 향후 속도감 있는 후속 작업이 예상된다.
(주)한진은 보유 중이던 한진칼 주식 279만9161주(지분율 5.33%) 전량을 지난 22일 장 마감 이후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외부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한진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한국공항도 이날 보유 중이던 (주)한진 주식 26만5300주(2.22%)를 정석기업에 매각했다.
한진그룹은 이번 딜로 그동안 지적돼 온 순환출자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한진칼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정석기업→(주)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하지만 ‘정석기업→(주)한진→한진칼→정석기업’ ‘대한항공→한국공항→(주)한진→대한항공’으로 형성된 2개의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2일 두 차례 지분 매각으로 (주)한진과 한진칼, 한국공항과 (주)한진 사이 지분관계가 각각 단절되면서 순환출자 고리 2개가 제거됐다. ‘대한항공→한진정보통신→유니컨버스→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남았지만 해결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제 남은 과제로는 지주회사 전환 전 한진그룹 지배구조 핵심이었던 정석기업, (주)한진과 지주회사 한진칼 간 지분관계 정리 작업이 꼽힌다. 현재 한진칼에 대한 조양호 회장 일가 지분율은 22.92%로 높지 않아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조 회장 측이 각각 지분 27.21%와 6.93%를 보유하고 있는 정석기업과 (주)한진을 한진칼과 합병시켜 한진칼에 대한 조 회장 지분율 상승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22일 단행된 지분 매각으로 (주)한진에 대한 정석기업 지분율이 기존 19.41%에서 21.63%로 상승한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의 경우 상장 손자회사에 대한 자회사 지분율이 2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동안 정석기업의 (주)한진 지분율은 20%를 밑도는 상황이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은 “정석기업의 지분 추가 매입으로 한진칼의 지주회사 요건이 충족됐다”면서 “가까운 시일 내에는 현 구도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진이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 9.9%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문제다.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요건에서 자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지분 32.24%를 보유한 한진칼의 자회사인 터여서 (주)한진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 지분가치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2740억원이다.
증손자회사에 대한 손자회사의 지분 추가 매입 작업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손자회사가 증손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하는데 지주회사 한진칼의 손자회사인 (주)한진과 한진해운은 지분율 100% 미만인 다수의 증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분 매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현금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 삼남매의 후계 구도는 당분간 특별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한진그룹 3세들은 보유
이들 삼남매는 그룹 내부 매출이 많은 유니컨버스 싸이버스카이 한진지티앤에스 지분 대부분을 보유 중인데,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이들 회사가 상장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