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3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인력 이동 시즌이 3~4개월 앞당겨진 것 같다. 그러나 시장에는 찬 바람만 불고 있다."(한 증권사 임원)
매년 3월 전후에 집중됐던 증권업계와 자산운용업계의 인력 이동이 올해부터는 연말연시로 그 시기가 바뀌고 있다. 증권사의 결산시기가 바뀌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전통적으로 3월 결산법인이 많았던 증권업계는 지난해부터 12월 결산을 시작했다. 2013년 대부분의 증권사가 4월~12월을 결산기로 잡았다. 2014년이 1~12월 실적으로 연말 결산을 하는 첫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기존에 다니던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해부터 다른 회사로 출근하는 증권업계 인력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중소형주 투자로 해당 분야 펀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는 이미 새해부터 자문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물론 연봉인상도 약속 받았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올린 펀드매니저들은 이처럼 연초를 앞두고 연봉을 올려 받거나, 다른 회사로의 스카웃을 제의받고 있다. 그러나 올해 횡보장세 속에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펀드 매니저 스카웃 시장은 과거와 달리 달아오르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2~3년간 횡보장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린 매니저들은 이미 지난해 다른 회사로 이동했거나 기존 회사에서 승진한 경우가 많다"며 "올해 연말과 내년초 펀드 매니저들의 이동이 예년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쪽 상황은 더욱 냉랭하다. 지난 2~3년간 증권업계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증권사의 인력조정 폭은 어느해 보다 컸다. 리서치센터 소속 애널리스트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추가 인력감축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인력을 보강하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일즈 파트 역시 높은 성과를 냈던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용하는 증권사가 대부분이어서 인력보강 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다.
한 중형 증권사 관계자는 "리서치 IB 세일즈 등 분야별로 인력충원 수요도 있지만 해당 분야 담당자들이 업계를 표표히 떠나는 모습에 쓸만한 인력들이 응모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 역시 연말연시 인력 충원보다는 최근 2~3년간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인력이 최소한의 우수인력인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리서치 IB 운용 영업 등 대부분의 조직에서 인력충원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 한투증권은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가 퇴사하면서 조만간 인력충원에 나설 계획 외에는 부서별로 특별한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메이저급 증권사 중에는 IB업무와 자산운용 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대신증권의 움직임만 활발한 모습이다.
대신증권은 IB부문 강화를 위해 대우증권 부사장 출신인 정태영 부사장을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이달 15일부터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리서치 강화 차원에서 유통부문 분석을 맡고 있는 유정현 애널리스트도 지난달 영입했다. 유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중순부터 출근해 업종 커버를 맡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자산운용 부문 강화 차원에서 계열사인 대신자산운용은 리서치본부 신설을 앞두고 있다"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 전문가를 영입해 보다 차별화된 상품과 투자전략을 판매하는데 매진할 것"이라고 인력보강의 배경을 밝혔다.
[김은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