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과 집주인 대출이 집값의 70%를 넘는 ‘깡통전세’뿐 아니라 채무가 집값을 초과하는 ‘깡통매매’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기존 집주인이 채무 해소를 약속했다고 해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 계약금과 중도금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잔금 일부까지도 날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30일 부동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가락동 빌라를 2억7000만원에 구입한 A씨는 이 집에 걸려 있는 은행 근저당 탓에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자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은행에서 1억원대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직접 해소해야만 했다.
인근 시세보다 3000만원 더 싸게 나온 것을 보고 덜컥 구매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전 집주인과 해당 중개업소를 통해 은행 근저당이 1억7400만원, 그 집에 살고 있던 임차인에게 돌려줄 전세보증금이 1억4400만원, 여기에 각종 세금 압류 500만원까지 총 3억2300만원 상당의 채무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집값보다도 무려 5300만원이나 채무가 더 많았던 셈이다.
하지만 기존 집주인이 “사업자금을 융통해 잔금을 받기 전까지 모두 상환하겠다”고 말했고 이런 내용을 계약서에 넣겠다고까지한 만큼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A씨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혹시 중간에 거래가 틀어지면 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부분도 이 같은 결정의 원인이 됐다.
문제는 중도금에다 일부 잔금까지 치른 상황에서 기존 집주인이 채무 상환을 거부했고, 이에 근저당을 설정했던 은행이 해당 빌라를 경매에 넘겨버리면서 발생했다. 투자가 아닌 실제 거주용으로 빌라를 구입한 만큼 A씨로서는 집이 경매에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빚을 내 아직 상환되지 않은 1억원 상당 채무를 대신 갚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집주인을 사기죄로 고소했고, 당시 매매 결정을 옆에서 거든 공인중개사에게는 ‘집주인의 채무상환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집주인의 사기 혐의에는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실제 피해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있는 민사소송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매도인의 계약이행 능력 여부를 파악할 의무는 매수인에게 있다’는 취지였다. 결국 A
법조계 관계자는 “깡통매매도 집주인이 부채상환을 포기하면 깡통전세처럼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시세보다 너무 싸게 나오거나 채무가 많은 주택을 거래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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