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예전과 달리 고객이 비밀번호를 소홀히 했음에도 카드사에 책임을 물은데다, 확정적 효력이 있는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3부는 남편이 아내 명의로 카드를 발급받는 과정에서 롯데카드가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비밀번호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더라도 남편이 쓴 신용카드 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카드회사의 본인 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필요할 뿐이라고 할 수 없고 발급 신청서에 황씨(아내)의 휴대전화 번호와 정씨(남편)의 휴대전화 번호가 동일하게 기재돼 있는 이상, 피고의 휴대전화번호를 재차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롯데카드측에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롯데카드 직원이 정씨와 통화만 한 뒤 별다른 본인확인 없이 카드를 발급해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내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이용자 번호 등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이로 인해 남편이 결제한 카드대금을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부정사용시 고객이 비밀번호 관리를 소홀히 했다면 기본적으로 회원 책임으로 귀속된다"며 "이번 재판을 계기로 카드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비밀번호 관리 소홀 등의 과실이 있더라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늘어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있겠지만 부정사용 책임에 대해 가급적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꾸린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롯데카드는 재판부가 요청한 통화녹취 자료를 뒤늦게 제출, 대법원 판결 이후 이례적으로 재심 청구소송이 인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판결은 3심을 거친 만큼 확정적인 기판력을 가진다. 민사사건에서 대법원 판결
롯데카드 법무관계자는 뒤늦게 자료를 제출한 경위를 묻자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매경닷컴 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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