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9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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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캐피탈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스페인 최대은행인 산탄데르은행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GE는 산탄데르 은행 외에도 복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협상 중인데, 보유 지분을 1대 주주인 현대차그룹 보단 외부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우선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E는 보유 중인 현대카드 지분 43.0%와 현대캐피탈 지분 43.3% 매각을 위해 산탄데르를 포함한 복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GE는 2004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지분을 인수하면서 10년여간 현대차그룹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이어왔다.
GE는 현대카드·캐피탈 지분을 1대주주인 현대차그룹 보단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캐피탈에 대해 확고한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어 굳이 GE 보유 지분을 되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GE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는 현대차그룹 보단 외부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게 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카드 53.98%, 현대캐피탈은 56.47% 지분을 각각 보유한 1대주주다.
하지만 GE가 이번 딜에서 가격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GE가 보유 중인 현대카드·캐피탈 지분은 장부가로 2조5000억원을 웃도는데, 이는 2004년 GE가 관련 지분을 매입하는데 치른 금액(1조3000억여원)을 이미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GE가 처음 지분 투자했던 2004년 5877억원이던 현대카드 매출은 2013년 2조5275억원으로 5배 가량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GE가 벌어들인 배당액은 5360억원에 이르러, 이미 투자금액 대비 상당 성과를 이룬 터라 GE 측은 상당히 여유있게 협상에 임하고 있다.
GE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미국 외 지역 금융·부동산 자산 매각의 일환”이라며 “GE캐피탈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해외투자자들을 상대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GE가 2004년 현대카드·캐피탈에 지분 투자 당시 별도의 풋옵션(put option) 조항을 두지 않은 점도 외부투자자에게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이유 중 하나다. 풋옵션은 투자 이후 일정 기간 후에 원매각자에게 보유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GE는 10년 간 투자 기간 동안 5000억원이 넘는 배당이익을 올린 상황”이라며 “10년 간 현대카드·캐피탈의 기업가치가 크게 개선된 만큼 해외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 중인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GE와 협상을 진행 중인 산탄데르 은행은 현대캐피탈 영국법인에 49% 지분을 투자한 끈끈한 투자 파트너다. 앞서 산탄데르는 2009년 현대캐피탈 독일법인을 설립에도 참여하는 등 파트너십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따라서 GE 지분을 산탄데르가 넘겨받는다면 현대카드·캐피탈로선 최상의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번 딜은 그다지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가 3조원에 가까운 딜이지만, 정작 경영권은 포함돼 있지 않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카드·자동차금융 산업이 과거 10년과 같은 성장세를 향후 이어갈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는 점도 이번 딜이 쉽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GE가 현대차그룹 측에 지분 매각으로 방침을 선회할 수 있어, 현대캐피탈에선 내부에 별도의 GE 지분 매각 대응팀을 두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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