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 시장규모가 8조원에 달하고 불법사채 이용자가 93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불법사채에 140만명이 잠재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 이용규모는 1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9일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신년 세미나에서 '대부업 양성화 이후의 불법 사금융 시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심 교수는 서민금융이용자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대부업 양성화 이후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 등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금융 시장규모가 8조원에 달하고 불법사채 이용자는 93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며 "서민금융시장의 초과수요가 불법사금융의 생성 원인이며 이런 초과수요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속하게 단행된 최고이자율 인하 정책과 취약계층을 외면하고 있는 정부의 서민금융상품(햇살론 등)의 문제점 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가 저신용자 3677명을 대상으로 불법 사금융 이용행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사채 이용자는 응답자의 2.4%(89명)였으며, 평균 대출금액은 858만원, 이자율은 120∼240% 구간이 가장 많았다.
불법사채를 알게 된 경로는 전단지 및 명함광고(29.8%), 지인소개(28.6%), 스팸메일 및 전화(19%), 생활정보지(17.8%)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사채 이용횟수는 1회(56.6%)가 가장 많았으며 2회(20.5%), 5회(12.3%) 순이었다.
불법사채 이용사유는 '달리 대출받을 곳이 없어서(51.2%)'에 이어 '쉽게 빌릴 수 있어서(25.6%)', '지인이 소개해서(14.6%)' 순이었고, 대출목적은 생활자금(48.3%), 사업자금(20.2%)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불법사채 피해 후 취한 조치를 묻는 질문에는 '신고나 구제상담을 받았다'는 응답이 67.2%로 비교적 높았으나 '보복이 두려워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32.8%나 차지했다.
향후 불법사채 이용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8.8%인 반면, '대부업 이용이 가능하다면 이용하고 싶지 않다(32.5%)'와 '앞으로도 계속 이용하겠다(5%)'는 응답도 많아 불법사채를 재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 교수는 설문조사 결과 나타난 불법사채 이용율(2.4%)과 불법사채 평균 이용금액(858만원)을 지난해 경제활동인구로 환산한 결과, 국내 불법사채 이용자는 93만명이며 총 이용금액은 약 8조원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또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 544만명(작년 6월말 기준) 중 정부의 서민금융상품 수혜자 155만명과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 249만명을 뺀 나머지 140만명이 불법 사금융에 노출돼 있고, 이들의 잠재 이용금액은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불법사채 이용시기를 분석한 결과, 최고금리가 66% 였던 기간의 불법사채 월이용자수는 0.18명으로 낮았으나, 최고금리가 49%(0.61명), 44%(1.63명), 34.9%(4명)로 낮아지면서 불법사채 이용자는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집중적으로 추진된 과도한 금리인하 정책이 불법 사금융 시장을 확대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오랫동안 불법사금융 정책이 수정 보완돼 왔고 단속도 체계적인 면모를 갖추게 됐지만 불법사금융 피해가 줄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런 고민은 시장과 정부의 역할 분담, 적정한 금리 정책, 수요자 중심의 처방 등에서
이어 "금리가 낮을수록 초과 수요가 증가해 불법사금융 시장이 커지고 서민금융회사의 안정성이 훼손되는 만큼 국회와 정부가 시장금리의 인하를 바란다면 상한금리 인하보다는 서민금융회사 간의 경쟁원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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