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시대에는 투자의 위험이 적어 ‘맨 앞에 달려가는 말에 타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저금리·저성장 시대에는 특정 자산에 편중된 투자를 하다가는 원금도 지키기 어렵다. 과거처럼 유행에 따라 자산을 선택하다가는 브릭스 펀드, 롱숏 펀드, 브라질 국채, 30년 국채,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쏠림에 의해 낭패를 보기 쉽다.
대만 보험사의 경우도 국채 10년 금리가 2%를 하회하는 2003년부터 총자산에서 해외 투자 비중이 급증했었다. 2000년 4.1%였던 대만 보험사의 해외 투자 비중은 작년 38.5%까지 올라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체계적 위험(Beta Risk)이 낮아진 반면 베타를 통한 수익도 턱없이 낮아졌다. 즉, 국채와 같은 무위험수익률이 낮아지고, 코스피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졌다. 이럴 때 예전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향수를 잊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편중된 자산 배분을 하기 쉽다.
포트폴리오 이론에 ‘알파 헌터(Alpha Hunter) 대 베타 그레이저(Beta Grazer)’란 말이 있다. 알파는 육식 공룡에 비유할 수 있고, 베타는 초식 양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제는 국내에서 개별 자산, 개별 종목의 알파를 추구해 고수익을 노리기보다는 글로벌 투자를 통해 각 국가의 서로 다른 베타를 추구해 안정적인 수익을 노려야 한다. 우리보다 높은 성장률이 나오는 국가들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을 주는 안정적인 자산들에 분산투자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자산군으로 투자의 시계도 넓혀야 한다. 턴어라운드하는 선진국, 우리보다 성장률과 금리가 높은 이머징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 모두가 포기한 원자재를 어떻게 위험을 낮추면서 투자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수익률에만 너무 경도된 투자를 해왔다.
이제 자산의 수익률보다는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노출된 위험이 얼마인지 측정하고 평가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보유수익률(Carry yield)이 높은 여러 자산군에 분산해
옷 한 벌을 사도 이 가게 저 가게 들러서 여러 옷들을 입어보는데, 자신의 노후가 걸린 중대한 투자에 있어서는 소위 새가슴 투자, 몰빵 투자, 묻지마 투자, 팔랑귀 투자가 되어버리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글로벌자산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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