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관련社 38곳 간담회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0일 오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유가증권 상장법인 중 초고가·저유동성 기업 38곳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대상 조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롯데제과 등 일부 상장사가 긍정적 검토 의사를 밝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될지 주목된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액면분할은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액면분할이 심리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인정하지만 회사의 기업 가치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는 작년 10월 거래소가 열었던 ‘상장사 CFO 간담회’ 때보다 훨씬 진일보한 입장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에 관한 질문에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언급을 회피한 바 있다.
롯데제과 롯데칠성 등 ‘황제주’를 보유한 롯데그룹도 액면분할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류광우 롯데제과 상무는 “일평균 거래량이 적은 초고가주여서 액면분할과 관련해 자주 거론되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검토하고 점진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작년 10월 “고민하겠지만 경영자 입장에서 민감한 문제”라고 즉답을 피하던 것보다 많이 유연해진 답변이다. 황원담 롯데칠성 상무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방향을 따라갈 뿐 개별 계열사가 의견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조기선 네이버 이사는 “과거 액면분할을 한 차례 실시해 상황이 쉽지는 않다”면서도 “거래소의 제도 개선을 고려해 필요한 부분은 면밀하게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요 상장사들이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액면분할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재인 만큼 앞으로 증시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 관계자는 “주가 수준만 고려해 고가주를 황제주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라며 “진정한 황제주는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높은 주식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앞으로 신설될 한국판 다우지수인 ‘KTOP 30 지수’ 종목 선정 때도 초고가주 편입을 배제하기로 하는 등 기업의 액면분할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이같이 거래소의 독려가 계속되는 만큼 초고가주 중에서 거래량이 적은 종목 위주로 액면분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소식이 들리자 국내 증시도 들썩거렸다. 액면분할과 관련 있는 황제주 위주로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 오리온은 장중 한때 102만4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아모레G(4.72%), 롯데칠성(4.46%), KCC(3.05%), 아모레퍼시픽(3.59%), 롯데제과(2.27%), 삼성전자(2.16%) 등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 <용어 설명>
▷ 액면분할 : 액면가는 정관과 주권에 표시한 주당 금액을 말한다. 국내 상장주식은 100원, 200원, 500원, 1000원, 250
[전병득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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