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로 LP의 2030 미생을 위한 재테크] 2편 저금리 저성장 불황의 재테크

어렸을 적 저는 시골에 살았고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습니다. 우리 집은 아들만 다섯이었는데 어머니가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면 막내인 제가 어머니를 도와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곤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 그나마 먹을거리가 있는 부엌 안 어머니 옆에 있는 것이 배를 조금이라도 더 채우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런 부엌생활 중에 어머니의 행동에 의문을 가지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얼마 안 되는 쌀로 밥을 하시는데, 쌀을 씻기 전에 꼭 한 움큼씩의 쌀을 구석에 있는 항아리에 넣어두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남긴 밥을 서로 차지하려 형들과 눈치싸움을 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아까운 쌀을 매번 항아리에 덜어놓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엄마, 저 항아리에 쌀이 많던데 그냥 밥해 먹으면 안돼? 난 맨날 배고픈데..”라고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미소만 지으셨습니다.
몇 년 전, 저는 팔순이 넘어 꼬부랑 할머니가 된 어머니께 한 주먹씩 항아리에 넣어두던 쌀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한 움큼의 쌀을 그때마다 먹었다면 당장은 배가 좀 더 불렀겠지만, 항아리에 쌀이 가득차면 그것을 읍내 장터에 나가실 때 가져가서 저한테 필요한 운동화나 참고서 등을 사주시곤 했다고 합니다. 가난한 시골 가정의 삶이 뻔하기에 어머니는 조금씩 먹는 것을 참고 나중을 위해 모으기로 생각하셨고 그게 다 모이면 저를 위해 요긴하게 사용하셨던 모양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가 실천했던 방법은 힘든 시절을 이겨갈 수 있었던 정말 현명한 재테크였던 셈입니다.

재테크라는 용어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불과 20여 년 전입니다. 일본에서 버블이 붕괴되기 전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를 때 돈으로 돈을 벌려는 것에서 시작된 단어입니다. 우리가 재테크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는 이렇듯 돈을 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이자율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이런 특별한 비법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은행보다 높은 금리나 수익률을 제시하는 곳을 조사해 보면, 대부분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이거나 다단계였습니다. 투자할 분야가 적어졌고, 이로 인해 돈을 필요로 하는 투자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것이고, 이렇게 금리가 낮은 저금리 시대에는 차라리 우리 어머니들이 실천했던 ‘덜 쓰는 방법’이 효과적인 재테크 방법이 되는 것입니다.
‘경제’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 2030세대는 지금까지 공부가 삶의 전부였기에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경제는 돈(money)입니다.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경제적이라고 하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때는 이자율이 높을 때입니다. 이자율이 높다는 의미는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때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고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반대로 이자율이 낮고,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투자자가 투자하지 않고 몸을 사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때는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리를 낮추어 투자수익률이 낮아도 기업이나 가정이 운용되도록 부담을 덜어줍니다. 부동산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소비도 줄기에 일자리도 불안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이런 "저금리 저성장" 시기에는 옛날 우리 어머니처럼 쓸 수 있는 것을 덜 쓰고 아끼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성장 저금리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덜 쓰고 아끼는 것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벌어올 수 있는 주체인 개인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현명한 재테크 방법입니다. 요즘처럼 소비가 침체되는 불황의 시대에는 사람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자신의 일에 어떻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을지, 답답하더라도 현재 하고 있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일하게 될 때 불황의 터널을 견뎌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업무에서 경쟁력을 키워 나가면서 기회를 얻기 위한 탄탄한 준비가 단순 재테크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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