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77개 주요 상장기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16조15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4분기 영업이익 16조1604억원과 비교해 0.9% 줄었으나 2014년 3분기(15조566억원)보다 6.4% 늘어난 수준이다. 2013년 4분기 8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가 5조원대로 36% 이상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이외의 상장사가 이를 만회할 만한 실적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4분기에 자주 발생하는 대규모 손실 반영(빅배스·Big Bath)이 많지 않았던 점도 실적 호조세에 힘을 실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충당금이나 성과급 등 시장에서 예측하기 힘든 일회성 비용을 4분기에 한꺼번에 털어내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건설·조선·철강업종에서 대림산업, 삼성중공업, 포스코 등 일부 기업만 예정에 없던 대손충당금을 반영했을 뿐이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에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해외 현장에서 4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며 영업손실 규모가 2200억원에 달했다. 포스코도 올해부터 실적 성장이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부실 자산을 상각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그 밖의 상장사가 이를 만회해 지난해 4분기에 기업들이 선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빅배스 빈도가 과거에 비해 줄고 있지만 이후에 과연 기업들이 매출을 늘리며 턴어라운드를 하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의 간극도 크지 않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7개 상장사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16조3052억원)와 실제 영업이익(16조155억원) 간 차이는 1.8%에 불과했다. 대규모 손실 반영이 많지 않자 실제 이익이 증권사 추정치의 10% 이상을 밑돌거나 적자로 돌아서는 어닝쇼크 기업도 많지 않았다.
어닝쇼크에 해당하는 기업은 KT(-73.3%), 삼성중공업(-43%), 호텔신라(-33%), 기아차(-25.4%), 포스코(-19.7%) 등 19개사였다. 이 중 실적 추정이 어려운 증권·보험사(4개사)를 제외하면 15개사에 그쳐 어닝서프라이즈 또는 흑자로 돌아선 기업(11개사)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엔지니어링(+70.1%), LG상사(+53.6%), LG생명과학(+24%), 삼성전기(+21.8%), 넥센타이어(+21%) 등의 실제 영업이익은 추정치를 10% 이상 웃돌았다.
국내 대표 상장사들이 결산배당을 전년보다 늘리거나 수년 만에 재개했다는 점도 이번 실적 발표에서 두드러진다. 기업들이 증시 활성화 정책에 화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도 올해 배당을 큰 폭으로 늘려 보통주 기준 전년(1만3800원)보다 41.3% 늘어난 1주당 1만950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2조9246억원) 역시 40.5%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SK그룹으로 인수된 후 첫 배당을 한 것은 물론이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년 만에 배당을 실시했다.
업종별로는 건설·금융업종 실적이 전년보다 대폭 나아졌다. 삼성중공업, GS건설이 흑자 전환했고 현대건설은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5.8% 늘었다. 금융업종도 보험·증권 15개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배(246%)나 껑충 뛰었다. 대우·현대증권 등 상당수 증권사들이 흑자로 돌아섰고 삼성카드(+418.4%), 삼성증권(+268.3%), 삼성생명(+238.7%) 등 삼성그룹 금융주들 실적이 개선됐다.
IT 업종에서는 대장주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증권사 추정치를 웃돌았다.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이 30.2% 늘어나 분기 영업이익 5조원대를 회복했다. LG전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8.4% 늘었고 SK하이닉스(+112.4%), LG디스플레이(+1
반면 정유·화학업종은 유가 급락과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며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26.8% 줄었고, 에쓰오일은 영업손실 규모(2132억원 적자)가 2배 이상 확대됐다.
[강봉진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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