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5일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전체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신 위원장은 전날 법원이 하나·외환은행 통합 추진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 “법원과 금융위 판단은 배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승환 기자] |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5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4일 법원이 ‘합병 예비인가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데 대해 법원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법원이 노사 간 합의를 주문했듯이 저도 예비신청을 미뤄가며 일관되게 노사 협의를 주문해왔다”며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는 법원과 달리 금융위가 외환은행 노사 합의 없이 통합 절차를 진행시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노사 당사자 간 협약이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하는데 금융위가 사측 입장에서 통합 절차를 종용했다”고 질타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금융위원장이 노사 합의와 무관하게 예비인가를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가 법원이 부인해 권위가 실추됐다”고 비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날 금융위에 제출했던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승인 신청을 취소했다. 조만간 법원에 이의신청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통합이 지연됨에 따라 하나금융은 6일과 다음주 초 그룹임원후보추천위를 열고 공식 하나은행장 선임에 들어간다. 작년 11월부터 직무대행을 맡아온 김병호 부행장을 비롯해 함영주 부행장, 황종섭 부행장 등 3명이 후보로 추천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임원은 “‘흑자 내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 ‘은행이 왜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하느냐’는 식의 사고를 하는 분들이 중요한 위치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법원과 금융권의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고 탄식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얼마 전 범금융 토론회에서 ‘여러 금융사가 망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법원은 금융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
법원은 합병 중단 결정 근거로 “작년 이어 올해도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이 증가할 전망이고 하나·외환은행 실적 또한 개선될 것”이라는 각종 분석·전망 보고서 내용을 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이 금융 고유 특성을 간과했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은 레버리지(차입) 규모가 큰 업종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건전성 감독을 하고 손실 위험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사후 처리를 할 경우 비용이 엄청 들어간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은행 순익이 7조원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나아지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5조
또 ‘금융사는 돈을 벌어선 안 된다’는 낡은 사고방식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금융협회장은 “‘망하지 않으면 됐지 왜 돈까지 많이 벌려고 하느냐’는 생각을 일부 관료들이 한다”고 우려했다.
[이유섭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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