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소유 주택을 전세로 내준 A씨는 최근 전화 한 통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은행에서 “대출이자가 연체됐다”며 상환 요구를 해서다. 평소 대출과 담 쌓고 살았던 A씨는 “무슨 말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이내 은행 직원이 그의 마포 집주소와 함께 “B씨를 아냐”고 묻자 그제서야 지난해 전세로 들어온 B씨가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에 문제가 터진 걸 눈치챘다.
지난해 전국 실질주택전세가율이 7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전세금이 고공행진하자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을 둘러싸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전세금 담보대출을 받아 생활비 등으로 쓴 세입자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면 집주인이 갚아야 할 의무를 가지기 때문이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연 3~4%대 금리로 보증금의 70~80%까지 가능하다.
이때 집주인은 ‘제3채무자’가 돼 향후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조건부 의무를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세금 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반드시 그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얻게 돼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세입자 부탁에 무작정 승낙했다가 A씨처럼 나중에 상환 의무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은행 관계자는“집주인의 동의를 받긴 하지만 실제로 대신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동의 여부를 기억하지 못해 항의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물론 전세계약이 끝날 때 보증금에서 대납한 비용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집주인 몰래 가능한 담보대출을 찾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신용대출을 선택해 무리한 채무를 지기도 한다”며 “상환 능력을 고려해 대출액을 적절히 조절하는 게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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