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행동주의 깃발을 높게 내걸면서 미국 기업 경영진들이 바싹 긴장하고 있다. 블랙록은 4조6500억달러(5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고객 자산을 굴린다. 운용 자산 규모가 워낙 큰 만큼 블랙록이 투자하지 않는 미국 대기업이 드물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블랙록은 기업 주식 지분을 사들여 확보한 의결권을 가지고 투자 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런 블랙록이 지난달 말 주총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편했다. 단순히 주총에서 이사회 거수기 노릇을 하는 대신 기업 이사회를 압박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전환한 것.
새롭게 마련한 의결권 지침에 따라 블랙록은 올해 주총 시즌을 맞아 처음으로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이사회 이사 재선임을 반대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적극 행사할 방침이다.
블랙록의 미셸 에드킨스 기업지배구조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새롭게 바뀐 의결권 지침은 지난 2년여 동안 블랙록이 투자한 기업들을 상대한 경험 그리고 상장기업 이사회와 이사들에 대한 시장의 변화하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록은 새롭게 마련한 주총 의결권 지침에 따라 오랫동안 이사직을 수행한 이사들의 재선임을 불허할 계획이다. 장기 재직 이사들이 많은 이사회일수록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에 더욱 집착하는 부작용이 커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사회 회의에 자주 빠지는 이사 재선임도 거부할 방침이다. 이전에도 블랙록은 수년간에 걸쳐 상당 부분 이사회 일정에 불참하는 이사 재선임에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수년간이라는 문구까지 없애고 1년간 별다른 이유 없이 몇 차례만 이사회 참석을 안 하더라도 재선임 거부 표적으로 삼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했다.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사내규정을 만들거나 주주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사규 변화를 시도하는 이사에 대해서도 재선임 반대
또 여성, 소수계 등 다양성이 부족한 이사회도 문제 삼겠다는 내용도 주총 의결권 지침에 포함했다. 블랙록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 이사회 이사 재선임과 관련해 2013년과 2014년 각각 전체 이사 재선임건의 8%, 7%를 반대한 바 있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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