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베일속에 가려졌던 주한미군기지가 청문회를 앞두고 그 현장이 공개됐습니다.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치유했다는 미군 측 말과는 달리 기지 곳곳은 기름과 중금속으로 범벅이 돼 있었습니다.
현장 취재한 이혁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질문1> 유출된 기름으로 기지 곳곳이 범벅이라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현장조사에 참석했던 한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이 발견됐다면서 허탈해했는데요.
미군측이 오염을 치유했다고 말했지만 막상 현장확인은 거부했고 결국 어제(14일) 이뤄진 조사에서 그 실체가 드러난 것입니다.
5월 말에 반환된 기지 2곳과 4월 중순에 반환된 기지 1곳을 갔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파주 에드워드 기지에서는 1m가량 되는 기름층이 지하수에서 발견됐습니다.
지하수 위에 1m 가량 되는 기름층이 형성될 정도로 기름 유출이 심각했는데요.
바로 옆 지하유류저장탱크는 물론 유류 수송관에서 지금도 계속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파주 하우즈 기지는 윤할유가 부대 내 흙에 베어 있었고 의정부 카일 기지에서는 오래된 시커먼 기름층이 나왔습니다.
질문2> 그렇군요. 기지 전체가 그렇게 오염된 건가요?
네, 지하에 매설된 유류 저장탱크 주변을 포크레인이 팠습니다.
2m 정도 팠는데 이미 흙에서는 기름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6m ~ 8m 사이에 극심하게 오염된 층이 있다고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했는데요.
이미 기지 토양에는 기름이 잔뜩 베어 있고 지하수에는 기름층이 최고 4m까지 형성돼 있었습니다.
질문3> 당초 미군측에서는 오염을 치유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미군측에서는 반환 기지에 대해 오염을 치유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차로 반환된 14개 기지는 우리 정부측에서 확인한 결과 치유가 완료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치유가 불완전한데도 돌려받았다는 사실이죠.
2차로 반환된 9개 기지도 오염 치유 상태는 엉망이었는데 미국은 한국의 현장 확인을 거부했습니다.
미군은 바이오슬러핑이라는 방법으로 기름을 제거했다고 했는데요.
바이오슬러핑은 흡착포를 이용해 지하수 위에 떠 있는 기름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염원이 되는 유류저장탱크와 유류 수송관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름을 제거한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겁니다.
에드워드 기지에서는 최근 새어 나온 듯한 기름층이 발견됐고 불을 붙이자마자 활활 타올랐습니다.
질문4> 미군기지가 오염된 것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일 텐데요.
네, 그렇습니다.
최초로 공개된 미군기지의 오염상태는 지켜본 한 국회의원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전이 발견됐다며 침통해할 정도였는데요.
이미 99년과 2000년 두차례에 걸쳐 외부로 기름이 유출된 파주 하우즈 기지의 경우 부대 바깥에서 땅을 파도 기름이 줄줄 새나왔습니다.
김용석 / 김진표 의원 보좌관
-"이런거 빨간층... 이런건 기름이네요."
파주 하우즈 기지의 경우 지역주민들은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는 절대 마시지 않을 정도였는데요.
의정부 카일 기지에서 만난 지역주민이자 환경단체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니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쓸때는 기름 덩어리가 나와 도저히 지하수를 식수로 쓸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인터뷰 : 김두만 / 경기북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인근 주민들이 펌프를 이용해 식수를 공급 받았을때는 기름덩어리가 나왔습니다. 전혀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었죠."
이상한 사실은 정작 거주하는 주민은 아무 이상 없다며 발뺌했다는 것인데요.
해당 지역의 땅값이 떨어질까봐 노심초사 하는 눈치였습니다.
지역 주민들에 대한 실태는 거주하지는 않지만 해당지역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정보를 얻었습니다.
질문5> 이곳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특히 오염에 많이 노출된게 아닌가요?
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치명적이겠지만 해당기지에서 근무하는 군인들 역시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현장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 역시 이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진용 / 강원대 지구물리학과 교수
-"기름 냄새와 지하수 기름층을 볼때 오염 상태가 굉장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체에 노출될 경우 장기적으로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질문6> 토양과 지하수 외에 다른 오염도 심각했죠?
네, 그렇습니다.
미군과 우리측이 약속한 8개 항목을 점검했는데요.
정말이지 한심한 수준으로 처리한 상태였습니다.
지난 5월 말에 반환된 의정부 카일 기지에서 집중적으로 점검했는데 건설폐기물이 창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습니다.
특히 실외기에 있는 냉각제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오존을 파괴하는 프레온 가스가 그대로 유출된 사실도 충격적이었는데요.
이밖에 변압기 처리 등 미군이 약속을 지킬 생각이 있는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질문7> 현장 실사로 오염상태는 확인한 국회의원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네, 오염실태는 현장에서 확인한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은 오늘 환경부와 국방부, 외교부를 방문할 계획인데요.
지금 이시각 현장조사단은 환경부에서 반환 기제에 대한 서류 조사와 자료 수집, 질의 응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25일 예정된 청문회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정부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우원식 의원 / 반환기지 현장조사단장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거의 자료를 넘겨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가 매우 어려운데...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환경부, 외교부가 굉장히 곤혹스럽겠지만 이 과정을 통해 향후 미국과 협상할때 협상력을 갖추도록 해야 합니다."
그동안 미군기지 반환절차가 밀실에서 비공개로 이뤄져 이같은 결과가 나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미FTA처럼 국민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앵커>
이번 국회 청문회에서 이처럼 어이 없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정한 조사가 진행되길 기대해봅니다.
이혁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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