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구에서 비싼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반포자이` 전경. [매경 DB] |
# 도곡동에 살던 대형 로펌 변호사 김 모씨도 비슷한 이유로 3년 전 반포동 자이아파트를 구입해서 살고 있다. 지난해 자녀가 서울대에 입학해 목적을 달성했지만 교통 등 거주 환경이 좋아 이주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서울 부촌 주거지의 중심축이 강남구에서 서초구로 옮겨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일대 재건축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고급스러운 대단지 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데다 서초구에는 반포외국인학교, 계성초, 세화여중·고 등 명문 학군이 즐비해 학군 수요가 몰리며 아파트값이 뛰고 있다. 연예인은 물론 전문직 종사자나 외국계 투자은행 등에 근무해 10억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 30·40대 젊은 신흥 부자들도 전통 부촌인 도곡·삼성동 대신 반포동으로 합류 중이다.
반면 국내 최초 초고층 부촌 단지의 대명사 격인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도곡렉슬·삼성동 아이파크 등 강남 고급 아파트값은 금융위기 전후로 꺾이며 전성기가 끝난 모양새다. 타워팰리스1차에서 가장 많은 가구를 차지하는 전용면적 165㎡는 2007년까지만 해도 33억원 안팎까지 올랐으나 고꾸라져 최근 평균 17억~22억원 선을 오간다.
KB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13일 기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로 3.3㎡당 매매가가 5992만원이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5735만원)와 서초 반포동 에이아이디차관 아파트(5540만원)가 뒤를 이었다. 삼성동 아이파크(4620만원) 압구정 현대4차(4451만원) 대치동 동부센트레빌(3676만원) 등 대표적인 강남구 고가 아파트가 서초구에 밀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통틀어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가장 비싼 곳도 서초구(10억2036만원)로 나타났다. 서초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0억원을 돌파해 현재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9억9729만원)를 앞질렀다.
반포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재건축사업이다. 1973년 입주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07㎡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0억9000만원이었지만 1년 새 2억8000만여 원 올라 전국에서 가격이 가장 많이 치솟은 아파트로 꼽힌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호가는 25억원 선을 오간다. 전용 72㎡도 지난달까지 12억원 안팎이었으나 최근 호가는 12억50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초동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는 서울시내 분양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반공급 43가구 모집에 308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71대1로 모든 타입이 1순위 마감됐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2차'(신반포1차 재건축)는 상위 1%를 위한 최고가 아파트임을 내세우며 3.3㎡당 5000만원으로 가장 높은 분양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지만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 지난해 9월 분양한 2회차 청약경쟁률은 169대1로 2013년 1회차 경쟁률(42대1)을 넘어서기도 했다.
오는 10월에는 서초동 우성2차를 재건축한 '서초 우성2차 래미안'(593가구), 잠원동 반포한양을 재건축한 '반포한양자이'(606가구), 잠원동 한신5차 아파트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뷰 한신5차'(595가구) 등이 분양 대기 중이다. 내년 이후에도 서초 신동아, 삼호가든3차, 서초 한양 등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들이 많아 당분간 서초구에서는 재건축 릴레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대치동 학군이 사교육 중심이라면 반포동은 공교육이 앞서는 지역인 데다 교통 요충지"라며 "신세계백화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등 생활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즉 교육·교통·편의시설 등 최적의 주거 환경 삼박자를 모두 갖춰 반포에 한번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는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도 "연예인들이 청담동 인근 빌딩을 사들여 화제가 되고 있지만 30·40대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자산가들은 요즘 서초를 선호한다"며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돼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교육이나 교통, 생활 인프라스트럭처 면에서도 굳이 강남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몰려 상업용 부동산도 덩달아 인기"라고 말했다.
강남 초호화 아파트 위상이 떨어진 데는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청장년층 인구 이탈도 한몫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강남구에서 다른 곳으로 떠난 20~44세 인구 는 지난해 5만3949명으로 1년 새 1800여 명 증가했다. 반면 서초구에선 같은 기간 3만6980명으로
타워팰리스1차·도곡렉슬·삼성동 아이파크 등 대표적인 강남 고급 아파트들은 2002년 전후로 지어져 반포 자이·래미안 등 서초구 고급 아파트보다 낡았다. 타워팰리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입주 초기만 해도 아파트값이 한 달에 1억원이 오를 만큼 귀한 몸이었으나 아파트 선호도에서 밀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수현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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