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와 일동제약의 경영권 분쟁 속 어느 쪽에 설지 관심이 모아졌던 피델리티는 결국 일동제약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일동제약이 예탁결제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피델리티(피델리티 매니지먼트 앤 리서치 컴퍼니)를 포함한 외국인 주주 100%는 정기 주주총회 안건 중 녹십자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열린 주총은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을 두고 녹십자와 일동제약이 표 대결을 벌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다소 싱겁게 30여분 만에 종료됐다. 일동제약 측이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한데다가 녹십자가 “주주 다수의 의견인 만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해당 안건은 표결 없이 일동제약 측 원안대로 처리됐다.
이로써 일동제약이 추천한 이정치 대표이사 회장이 재선임됐고, 서창록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상윤 전 오리온 감사가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2대주주 녹십자가 제안한 허재회 전 녹십자 대표(현 송암메디칼 고문)의 사외이사 선임안과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부결됐다.
일동제약 측은 “녹십자 측의 인사를 찬성한 주주는 녹십자를 제외하고는 0.5%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주총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의 위임장 확보에 매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더해 피델리티 등 외국인 지분까지 일동제약 측에 서면서 표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이 주총에 앞서 소액 주주들의 위임장을 대거 확보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소액주주의 4분의 3 정도가 일동제약의 편에 섰다면 적은 수준이 아니
다만 이날 주총에 참석한 녹십자 관계자는 표결 없이 일동제약의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을 받아들이면서도 “녹십자는 2대 주주로서 일동제약의 경영 건전성 극대화를 위해 권리 행사를 지속하겠다”고 말해 향후 경영권 참여 여지를 남겨뒀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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