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가 나쁜 100개 안팎의 기업들이 일제히 지정감사를 받게 됨에 따라 회계법인 업계와 상장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덩치 큰 기업들이 대거 지정감사 대상 명단에 포함된 만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회계법인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재무 상태가 안 좋은 기업 중 총자산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기업 30개를 먼저 주요 회계법인들에 배정했다. 회계법인들이 익숙지 않은 기업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기존 감사인에게 지정감사를 맡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문제의 소지가 있는 몇몇 회사에 대해 산발적으로 지정감사를 실시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100개 가까운 기업을 대상으로 지정감사를 실시하는 건 처음이다.
회계법인들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지정감사를 받을 기업들은 지난해 외부감사인에게 총 120억원 수준의 감사보수를 지급했다. 지정감사를 받게 되면 시간당 감사보수가 30%가량 증가하는 데다 감사 시간 또한 늘어나기 때문에 올해 총 감사보수는 200억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상장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정감사를 받으면 자유계약 때보다 감사보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가뜩이나 재무 여건이 안 좋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성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정금융팀장은 "지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경계선상에 있는 일부 기업들은 재무제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인효과'도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상장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정감사제를 확대 적용한 본래 취지는 재무구조가 안 좋은 기업들을 한번 점검해 보자는 것"이라며 "지정감사 대상 기업 명단을 비밀로 하더라도 결국에는 시장에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들에 '나쁜 기업'이라는 평판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에 투자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며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자금 차입이 발생하고 부채비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데 금융당국은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을 잠재적인 '분식회계 기업'으로 간주하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지정감사제란 금융당국이 분식회계 위험이 높은 기업 등에 직접 외부감사인을 지정해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레이더M(RaytheM.kr) 보도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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