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4월 22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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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 롯데캐슬 지하 커피숍에서 오후5시에 만납시다.”
지난해 9월 KDB대우증권 사장 선임이 진행되는 시점, 유력한 신임 사장후보로 거론되던 A씨는 기자와의 만남장소로 여의도가 아닌 공덕의 한 장소를 꼽았다. A씨와 기자 모두 낮시간에 여의도에서 업무를 보는 상황에서 굳이 여의도가 아닌 마포대교를 건너 지하철로 두 정거장을 가야되는 공덕을 그는 왜 약속장소로 선택한 것일까.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포와 공덕일대가 전 증권사 사장 등 임원들의 임시 거처지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금융투자협회장을 지낸 황건호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는 금융투자협회 회장직을 그만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마포의 모빌딩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황 전 회장은 “현직에서 물러난 후 책을 보는 등 소소한 업무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전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장을 지낸 이후에도 KB금융지주 사외이사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올해부터는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와 서강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로 또다른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치뤄진 3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도전장을 냈던 김기범 전 대우증권 대표 역시 회장직에 선임되지 못한 직후 공덕역 인근의 모빌딩에 회사측이 마련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종로 등 시내쪽의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곳(공덕)에 임시 거처를 두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2011년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선임시 최종 후보군에도 포함됐으며 주요 증권사 사장 선임시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증권가를 대표하는 이들이 여의도가 아닌 인근지역인 마포와 공덕일대에 사무실을 마련한데는 여의도에 있는 수많은 관련업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는 의도가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알만한 이들이 누구를 만나는지 등이 증권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전직 임원은 “여의도 재입성을 노리는 사람 입장에서 누구를 만나는지가 노출된다면 좋을게 없지 않겠느냐”며 “주위 시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 정보지 '지라시'로 대표되는 증권가는 정보의 이동속도가 그 어느 분야보다 빠르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6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시 국민연금측은 1차 후보자 면접장소를 여의도 일대에서 고심하다가 결국 영등포에서 여의도로 들어오는 초입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을 낙점한 바 있다.
당시에 지원한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측이 여의도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외곽에 위치한 메리어트호텔을 면접장소로 선택한데는 면접자들이 주위 사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의도는 또한 국회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의 중심지다. 따라서 주요 고급정보가 이곳에서 생성되며 유통된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마포와 공덕일대에서 취득하려는 정보가 단지 증권가쪽 정보만은 아닐 것”이라며 “정치권 관계자 등을 만나기에도 마포와 공덕지역은 괜찮은 장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증권가에 몸담고 있지만 정치에 대한 꿈이 있다면 마포와 공덕지역이 여의도 정치권 입성을 위한 좋은 터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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