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지급,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기업이 시가총액 증가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지난해 시가총액 상위 245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기업 20개의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증가율은 4.4%로 집계됐다. 조사대상이 된 245개 기업의 시가총액 증가율(0.2%)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증가율(-4.8%)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주주환원을 많이 한 상위 20개 기업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액을 모두 합하면 4조393억원이었다. 4조원이 넘는 현금 자산이 배당 지급과 자사주 매입으로 빠져나갔지만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2014년말 기준 88조1963억원으로 2013년말(84조4699억원)보다 오히려 4.4% 늘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선 기업은 SK다. SK는 지난해 총 108차례에 걸쳐 8502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또한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894억원을 돌려줘 총 9396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했다.
하지만 SK의 시가총액은 2013년말 8조9697억원에서 2014년말 7조6782억원으로 14.4% 감소했다. SK와 SK C&C가 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이 시장 내에서 돌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SK 주식을 매도하고 SK C&C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SK그룹이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SK C&C 주가를 부양하는 한편, 대주주가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SK 주가는 억누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SK C&C 주가가 SK 주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합병이 이뤄져야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SK가 사들인 자사주들은 지난 20일 합병 결의 때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됐다. 대주주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주주환원 비율이 높았던 상위 20개 기업 중에서 지난해 시가총액이 감소한 기업은 SK와 함께 동양생명, 삼성중공업 등 3곳에 불과했다. 다들 지배구조 이슈(SK, 삼성중공업) 또는 매각 이슈(동양생명)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다. 이들을 제외한 17개 기업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났다.
주주환원액 절대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였다. 지난해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에 무려 3조8498억원을 사용했다. 2013년말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 대비 1.97%에 해당되는 규모다. 12월 한 달 동안 총 20차례에 걸쳐 1조245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시장에서 사들였다. 현금 배당으로도 주주들에게 2조6044억원을 지급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선 배경에 대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자사주 매입을 한 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 목적으로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강화가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보인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될 때 자사주를 활용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경영지배력을 높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사주로 매입된 지분은 일단 의결권이 사라지지만 기업이 분할된 후에는 자사주가 사업회사에 대한 투자회사의 지분으로 성격이 바뀌면서 의결권이 부활하게 된다.
삼성전자 역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대주주 입장에서 불리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염두에 두면서 2014년말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195조4662억원)은 2013년말 시가총액(202조946억원)보다 3.3%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에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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