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펀드는 설정 1년이 지났는데도 운용 규모가 50억원에 미치지 못한 소규모 펀드를 말한다. 통상 주식형 펀드는 설정액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투자 철학에 따른 운용이 불가능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 작은 규모로 매니저가 원하는 종목을 담거나 늘리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2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838개(운용펀드 기준, ETF 제외)의 자투리 펀드 비율은 39.0%(325개)다. 금융당국은 2011년 40%가 넘던 이 비율을 2013년 20%, 지난해 10%대로 낮추기로 했지만 일부 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그 숫자를 쉽사리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는 자투리 펀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운용사들이 소규모 펀드 청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소비자와 판매사들 항의가 두려워서다. 당국이 소규모 펀드는 고객 동의 없이 통보만 하면 청산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지만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한 운용사들이 손을 놓은 것이다. 최근 소규모 펀드가 일반 펀드와 합병할 때 수익자 총회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해 펀드 통폐합이 용이해졌지만 여전히 일부 회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펀드는 운용사 입장에서도 골칫거리지만 판매사와의 관계 등이 정리에 걸림돌이 된다"며 "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 청산 시 항의가 거세기 때문에 정리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자투리 펀드가 가장 많은 곳은 하나UBS자산운용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형 펀드 61개 가운데 소규모 펀드가 36개(59%)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절반은 설정 5년이 넘도록 50억원을 넘기지 못해 자투리 펀드 가운데서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10억원 미만의 '진짜 자투리' 펀드도 16개에 이른다. 2006년 출시한 '하나UBS라이프플랜퇴직연금Balance'는 5년째 설정액이 10억원 미만이다. '하나UBS밸류코리아' '하나UBS윈윈에이스' '하나UBS인덱스장기소득공제' 등도 설정액이 10억원을 밑돈다. 1999년 설정된 '윈윈100클럽단기주식V-2'는 10년 넘게 자투리 펀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 다음으로는 삼성자산운용·키움투자자산운용(각 19개), 미래에셋자산운용(18개) 등 소규모 펀드 수가 많았다. 삼성·미래에셋 등 대형사는 전체 펀드 수가 많아 소규모 펀드 비율이 30%를 넘지 않았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111개에 이르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소
펀드별 수익률은 퇴직연금·소득공제 등 모델포트폴리오가 있는 펀드는 모펀드 수익을 따라 양호한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장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
[석민수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