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차 차량판매 부진 여파가 현대차 주가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차량판매 급감속 내용적인 측면에서 국내외 모두 마이너스 요인만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현대차 주가의 앞날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현대차 주식에 대한 전방위 매도 공세를 펼쳤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전날 34조300억원 수준에서 이날 주가가 10.36%나 급락한 여파로 30조5080억원 수준 내려앉았다. 하루 사이 3조5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사라진 셈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차 주가를 급락시킨 주체로는 기관과 외국인이 꼽힌다.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 주식을 104만2203주(약 1479억원)이나 팔아치우며 현대차 주가를 끌어내렸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주가 급등락의 주요 매매주체는 외국인”이라며 “이날 외국인이 현대차 주가 급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기관마저 55만9400주(약 798억원)을 팔아치우며 현대차 수급에 대한 부담을 더한 상황이다.
현대차 차량 판매 부진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현지 업체 품질 수준이 올라오며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지역 경기가 좋아진 동시에 유가 하락으로 연비 좋은 현대차에 대한 선호가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중국,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수요처에서 현대차가 부진하고 있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최후의 카드였던 내수 차량 판매 인센티브 확대가 안 먹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쏘나타와 아반떼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적인 판매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전체 국내 판매 차량대수는 5만4990대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2.8%나 급감했다.
여기에 노동조합 리스크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위한 상견례를 열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노조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9900원 인상(조합원 1인당 월 기본급 기준)에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측은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실적이 불확실한 환율 탓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경영 악화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 인상안을 받아들이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고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악재들이 응축되며 현대차 주식을 바라보는 시장 시선은 차갑다.
국내 투자자문사 대표는 “그동안 현대차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곳들이 손절매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며 “손절매 후 현대차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곳도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주가 급락에 대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현대차 주가 바닥에 대한 확신이 없는 모습”이라며 “현대차가 보유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경우 향후 주가 반등에 대한 강력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 이후 주가가 급락했을 당시 46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며 주가 추가하락 흐름을 돌려 세운 바 있다.
이밖에 중간 배당 확대를 통해 배당수익률을 높일 경우 현대차를 떠나는 투자자 발길을 돌
중장기 적으로 현대차 주가 방향성을 가를 요소는 엔저 해소 여부다.
김진우 연구원은 “엔저 현상은 현대차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며 “엔저라는 커다란 흐름이 바뀌지 않을 경우 현대차 고전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종성 기자 / 한우람 기자 / 용환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