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 젊은 층 잡아라' 금융사 소리 없는 전쟁 ◆
이곳은 지난달 현대카드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음악도서관이다. 현대카드는 7년 전 이 도서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738㎡ 땅을 샀다. 적잖은 돈을 투자해 만든 이 공간은 현대카드를 가진 사람과 동반 2인까지만 입장을 허락한다. 지난달 22일 개장해 단숨에 이태원 최고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문화마케팅에 집중투자한 것이다.
정 부회장의 이색 실험은 문화마케팅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최근 기상정보를 알려주는 '날씨앱'을 전격 출시했다. 날씨에 따라 배경화면이 변하며 재치 있는 설명을 해주는 이색 앱이다. 출시 직후 애플스토어 날씨 카테고리 순위 1위에 등극했다.
2012년 8월 내놓은 맛집 추천 앱 '현대카드 마이 메뉴'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트래블 라이브러리'로 이름 붙인 여행 관련 전문 서적 도서관을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했다. 127년 역사 다큐멘터리 전문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이 도서관 안에 있다. 2013년 2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연 디자인 라이브러리에는 1928년 이탈리아에서 창간한 건축·디자인 전문 잡지 '도무스(DOMUS)' 전 권을 배치해놨다. 이 역시 현대카드 가입자에 한해 입장할 수 있다. 현대카드 가입자는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 입장권은 25달러에 달한다. 어딜 봐도 카드사들이 벌이는 주력 사업과는 적잖은 거리가 있다.
바로 여기에 정 부회장이 카드사업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이 숨어 있다.
그는 입버릇처럼 "현대카드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플라스틱 카드를 발급해 결제를 유도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포화상태에 빠진 카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0.1% 단위로 할인 경쟁을 펼치며 출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차별된 서비스로 '정신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훨씬 효율적 전략이라는 얘기다.
정 부회장의 이색 실험은 최근 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순이익 2235억원을 기록해 전년
김재환 현대카드 브랜드2실장은 "가입자를 상대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게 회사 전략"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