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금융권의 한 고위 임원은 "1개 점포당 적어도 5명 내외 한국인 직원이 필요한데, 50개 점포라면 250명의 글로벌 인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승진에서 누락될 수도 있어 이들 지역에 자원해 근무할 전문인력은 극히 적다"고 지적했다.
평직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 등을 이유로 해외 파견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법인장이나 지점장급 인사들은 또 다르다. 국제금융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은행에서 이들의 경력관리나 보상 차원에서 해외에 내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업은 뒷전이고 의전이나 본점 업무를 우회 지원하는 형태의 '가욋일'로 임기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됐건 '해외 지점장'이라는 그럴듯한 경력을 얻게 되니 나중에 부행장급으로 승진하기 위한 외형을 갖출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해외 점포를 인사부나 비서실 출신 같은 일부 내부 인력의 경력 관리 용도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며 "현지화에 대한 고민 없이 적당히 3년씩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런 체제에서는 어떤 성공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1개 은행의 해외자산 비중은 총자산 대비 4.7%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익도 전체 수익의 10.6%에 그쳤다.
해외은행들은 특화된 사업 모델과 이에 걸맞은 인재를 특별 채용해 5~10년가량 장기간 근무하도록 한다. 국내와 해외를 도는 보직순환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업목표가 뚜렷하고 주인의식도 강하다. 본국의 모행과도 비교적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 시중은행 해외 지점장은 "주재원들이 3년 동안 파견되지만 첫 1년은 적응하는 기간이고 마지막 1년은 국내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기간"이라며 "실질적으로 일할 시간은 1년 밖에 없는데 사실상 전임자가 한 일 이상을 하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설령 해외 점포에서 영업노하우를 쌓더라도 후임자에게 전수할 시간이 짧고 국내 점포에서 다시 발휘할 기회도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해외 점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현지영업이 필수인데, 이 같은 전문성 결여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카드 등 기본적인 상품만 마련하고 이익률이 큰 신용대출 등에선 제대로 영업하지 못해 이익이 많지 않다.
일본 은행들의 해외 진출 전략을 지원해 온 요이치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전 사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