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기업에 투자해 정기적인 배당 수익을 얻는 배당주펀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은행 예금·적금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데다 주식시장 가격제한폭 확대(15%→30%)로 변동성이 확대된 탓에 위험을 줄이고 고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배당주펀드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1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113개 배당주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에 유입된 자금은 모두 1조5000억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존 2.0%에서 1.75%로 인하한 지난 3월을 기점으로 1조원이 몰렸으며 최근 한 달 동안 올해 설정액 증가분의 절반 이상인 7989억원이 늘어났다.
배당주펀드는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시장 입지가 확고한 우량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기업가치 급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필수소비재나 시장 과점 기업 등 경기 흐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종목 비중이 높아 원금 손실 확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고정적인 배당금을 지급받아 금리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배당주펀드의 인기 비결은 수익률이다. 연초 이후 배당주펀드 전체 수익률은 10.24%로 시중 금리는 물론 국내주식형 펀드(8.25%)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배당주펀드(최저수익률 1.48%)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변동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채권혼합형 배당주펀드는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초 이후 채권혼합형 배당주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모두 1조1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배당주펀드 설정액 증가분의 70%에 달한다. 전체 자산의 40% 미만을 주식(가치주 중심), 나머지를 채권 등 안전자산에 배분하는 ‘KB가치배당40’은 연초 이후 6094억원, 최근 3개월 간 5291억원을 끌어모았고 주식 비중을 20%로 낮춘 ‘KB가치배당20’에도 출시 1달 만에 620억원이 들어왔다. 이밖에도 채권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벨류10년투자배당’과 ‘KTB배당플러스’ 등이 올해에만 각각 1749억원과 946억원 설정액이 늘어났다.
박인호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이사는 “수익률 1~2% 차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민감도가 달라졌다”며 “과거 시중 금리가 5%인 시절에는 수익률 6% 안팎의 채권혼합형 배당주펀드를 찾지 않았지만 금리가 2% 아래로 떨어지면서 3% 이상 수익률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권혼합형 배당주펀드의 개별 수익률은 최저 3.56%에서 최고 8.57%다.
반면 일반주식형 배당주펀드에서는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최근 3개월 간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 감소한 배당주펀드 15개 중 12개는 액티브주식배당, 나머지는 주식혼합형(주식 비중 50% 이상)으로 집계됐다. 설정액 규모만 3조원에 달하는 ‘신영밸류고배당’에서는 3개월 만에 6875억원이 유출됐고 ‘베어링고배당’도 설정액이 2000억원 이
업계 관계자는 “경기 민감 대형주들이 살아나지 않는데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글로벌 악재 발생에 따른 위험도가 커져 당분간은 안전자산 비중이 높은 금융상품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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