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물산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법원에 제출한 합병 관련 주주총회 및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신청서에서 이번 합병 추진 과정 중 총 8개 사항의 법 위반 사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론 △우호주주 확보 위한 불법적 자사주 매각 △금반언의 원칙 위배 △주식매수청구가격 협의 절차 배제 △고의적 주가 하락 유도에 따른 시세조종 위반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의무 위반 △사실상 금융지주사인 제일모직의 금융지주사법 위반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관련 규제 위반 △합병의 이면적 목적 부당성 및 이사회의 배임 가능성 등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 심리는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다.
우선 엘리엇은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 주주 자격으로 당시 시중에 돌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설에 관한 진위를 문의했는데, 삼성물산 측이 "제일모직과 합병할 계획이 없다"며 부인했다가 말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병설 부인 후 한 달여 만인 5월 26일 합병계획을 발표해 주주에게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표명한 입장에 대해 모순된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금반언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엘리엇 측 입장이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연초 엘리엇과의 대화 시점에는 합병이 논의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가격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하고 나섰다. 자본시장법(제165조의 5)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와 협의해 주식매수가격을 결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시가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돼 있는데, 삼성 측이 이런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격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가격을 산출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삼성물산 측이 주가 하락을 유도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국내 주택시장 호황에도 신규 주택사업에 나서지 않아 올 1분기 수주액이 연간 목표액의 9%를 밑돌면서 지난해 7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올해 들어 5만원대로 떨어졌다는 게 그 근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1분기는 건설업계 전통적 비수기"라며 "지난해 1분기 수주액도 연간 목표액의 10%에 그쳤다"고 반박했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사들의 배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사회가 총수 일가가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의사결정을 내린 만큼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또 공정거래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이후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소지가 크고, 제일모직이 사실상 금융지주회사라 이번 합병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승인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제일모직은 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만큼 절차상 하자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파상공세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