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시장은 5년 박스권을 돌파한다는 희망을 안고 시작됐다. 중소형주 장세가 이어지고 수년간 잠들었던 대형주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면서 장밋빛 미래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하반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은 글로벌 변동성과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우려, 메르스 확산 등 대내외 악재로 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투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하반기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며 ‘어느 때보다 힘든 시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수익을 낼 종목과 투자처를 찾는 비결은 무엇일까. 안세윤 한국투자신탁운용 코어운용부문 대리, 조은형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 조지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차장 3인의 여성 매니저에게 하반기 투자전략을 물었다.
- 하반기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는 어떤 종목에 주목해야 할까
▶조지현 차장=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이에따라 화장품·바이오·엔터테인먼트·미디어 업종의 주가 흐름은 양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면서도 절대 성장률은 둔화되면서 투자부담이 크고 공급과잉 부담이 있는 철강·자동차 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할 전망이다.
▶안세윤 대리= 최근 몇년간 중국사람의 소비가 국내 주식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 중국 소비주 트렌드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소비의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중국에서 주택·자동차·스마트폰 등과 같은 하드웨어의 보급은 일단락됐다. 이제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건강·문화·여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와 관련된 콘텐츠·헬스케어 등의 업종에 기회가 있다.
▶조은형 팀장= 채권시장은 하반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경기 회복세가 더디고 메르스 확산으로 내수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도 커지면서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2013년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금리가 급등했을 때보다는 충격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 최근 몇년간 중소형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이익이나 자산대비 가치도 많이 올랐는데 지금 중소형주에 투자하는게 적절할까?
▶안 대리= 5월부터 운용하는 펀드에서 중소형주 비중을 줄이고 있다. 현재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대형주의 매력이 중소형주를 앞선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대형주의 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실적이 돋보인 중소형주에 가치를 뒀다. 하지만 중소형주가 많이 오르는 동안 실적 측면에서 실망감을 주는 종목도 늘어나고 있다. 실적보다는 가치 재평가 차원에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소형주 내에서 종목 선별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조 차장= 한국 산업의 성장이 없기 때문에 성장하는 중소형 종목에 자금이 쏠렸다. 예전보다 성장하는 기업에 대해 가치를 많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
증시의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받쳐주는 중소형주와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본다. 연초 풍부한 유동성과 개인투자의 확대를 등에 업고 중소형주가 크게 올랐지만 점차 균형이 잡혀갈 것으로 전망한다.
- 기업을 직접 찾아가보면 잘되는 회사와 안되는 회사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조 차장= 좋은 기업은 회사의 임원들이 현재 회사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구체적인 수치로 상세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담당자가 회사의 현황을 잘 모를 때는 회사의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본다.
특히 해외사업의 경우 시장에서 해외진출을 장려하는 문화가 있어 이를 내세우기 마련인데 사업규모는 크지만 재고나 영업환경 등 구체적 사항을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해외사업들이 적자를 내고 구조조정 대상이 된 적이 많았다.
사무실이나 기자재가 지나치게 화려하게나 겉치레에 신경쓰는 회사는 실속이 없기 마련이다. 낡고 초라한 사무실이 기업의 실속을 방증하기도 한다.
▶안 대리= 기업 담당자가 경영진을 바라보는 시각이 회사의 미래를 말해줄 때가 있다. 조직의 구성원이 공감하지 못하는 청사진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회사에 대해 험담을 하는 경우는 없지만 경영진이 제시한 회사의 비전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는 차이를 보이기 마련이다.
-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을 이끌어갈 기업은?
▶조 팀장= 거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국사회가 구조적 저성장에 진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전 30~40년간의 고성장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회성 정책에 의해 경기가 회복되고 산업이 반짝하는게 더 이상 무의미하다.
▶안 대리=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이유로 안 좋은 기업인데도 바닥이라는 근거로 투자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기는 투자를 위해서는 이기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수요가 줄어드는 저성장 국면에서 업종의 1등 기업과 2·3등 기업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확고한 전략을 가진 1등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스케어업종은 최근 과열로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의 성장은 수년간의 연구·개발의 결과물이고 앞으로도 자체 연구·개발 외에 해외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 라이선스 인수 등이 활발해 질 것이다.
▶조 차장= 전세계적으로 절대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규모가 큰 기업들은 더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는 창의적인 생각과 고유의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투자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에 몸집이 가볍고 산업트렌드가 바뀌었을 때 대응이 빠르다.
중소형주 장세라는 말에 이러한 트렌드도 숨어있다고 본다.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기본은?
▶조 차장= 주식을 살 때 투자하는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가 투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라도 재무제표 읽는 법을 익히고 회사의 사업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사의 매출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영업이익은 어떤지에 대해 알고 신문·방송 등을 통해 해당기업의 정보를 계속 수집해야 한다.
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면서 회사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서 추천을 받고 깜깜이로 투자하면 주가가 급등락을 하면 회사에 대한 확신이 없어 대응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매도와 매수를 반복하면서 손실을 키우게 된다.
▶안 대리= 재무제표를 제대로 보지 않고 투자하는 것은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숫자뿐 아니라 회사의 경영 내용을 알 수 있는 주석도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
금리가 최저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주식과 같은 수익상품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자산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투자가들도 투자에 실패할 때가 있다. 하지만 기대값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들어갔는지에 따라 장기 성과는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
▶조 팀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공포심리를 극복하고 소신없이 사고파는 일을 지양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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