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금지 가처분신청 관련 법원 심문을 하루 앞둔 18일 엘리엇은 이번 합병에 대한 입장을 알리기 위한 웹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하고 합병의 불공정성을 적극 알리기 시작했다. 이 웹사이트는 국·영문으로 각각 만들어져 국내 투자자들도 쉽게 엘리엇 측 주장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 배포한 보도자료와 함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한 엘리엇의 입장'이라는 27쪽 분량 영문 자료도 게시했다. 이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에 제시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엘리엇이 ISS 제출 자료를 온라인에 공개한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적극 여론전에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한다. 의결권 분쟁 때 관련 웹사이트를 별도로 개설하는 것은 엘리엇의 전형적인 전술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이번 자료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1대0.35)에 대한 불공정성을 재차 강조하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양사 합병에 따라 순환 출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두루 거론했다. 또 다음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고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에 관한 불공정성도 강조했다.
엘리엇 측은 웹사이트에서 "이번 자사주 처분으로 주주들의 주식 가치와 의결권이 희석됐다"며 "이사 7명이 모두 이를 승인한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엘리엇은 지난 16일 삼성물산에 서신을 보내 주주 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청구해 주총 전 주주들과 접촉해 반대 세력을 규합할 의도를 드러냈다. 엘리엇 측은 이번 합병과 관련해 올해 1월 1일부터 합병안이 발표된 5월 26일까지 삼성물산 이사회와 위원회 등 전체 회의록과 속기록에 대한 열람과 등사도 요구했다.
엘리엇의 여론전 강화에 그동안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던 삼성물산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전환했다.
지난주 삼성물산 자사주를 인수한 KCC는 이날 제일모직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는 자사주 매각이 주주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엘리엇 측 논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으로 KCC가 삼성물산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할 전망이다. 이날 기준 KCC의 제일모직 지분율은 10.19%, 삼성물산 지분율은 5.96%이다.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다음달 임시 주총 의안에 엘리엇 측이 주주제안에서 제안한 현물배당 등을 추가로 확정했다.
삼성물산 측은 "일부 위법 소지가 있지만 원활한 합병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임시 주총에 상정하기로 확정했다"며 "이사회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초일류 기업으로서 시너지를 내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인 동시에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미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모두 해외
한편 19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엘리엇 측이 법원에 제출한 이번 합병 관련 주주총회 소집 금지 및 자사주 매각 금지 가처분신청 관련 첫 심문이 열릴 예정이다.
[이한나 기자 / 오수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