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형주지수는 지난 19일 1890.03을 기록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5월 29일) 기록했던 1970.48에서 20일 남짓한 기간에 4.08%나 미끄러졌다.
대형주 부진은 중형주, 소형주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 중형주는 같은 기간 2835.75에서 2875.75로 오히려 상승했다. 소형주는 2234.01에서 2260.32로 1.1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 기간 코스피가 2114.8에서 2046.96까지 하락한 것은 대형주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대형주 중 특히 '전(전자)·차(자동차)' 업종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한때 124만원까지 떨어지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SK하이닉스도 최근 주가흐름이 좋지 않다. 이달 들어서만 5만1100원(5월 29일)에서 4만3550원(6월 19일)까지 14.77%나 밀렸다.
자동차 업종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장중 12만8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13만원선이 깨진 것은 2010년 5월 25일 이후 처음이다. 다른 종목도 상태는 비슷하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초 52주 신저가(19만7500원)를 깬 후 20만~21만원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잠시 오르며 반등 기대를 높였던 조선업종도 최근 부진한 흐름을 계속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빅3'는 이달 들어 주가가 7~15% 빠졌다. 철강업종에서도 포스코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4월까지 상승 흐름을 타던 현대제철마저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그나마 대형주 중에서 상승 흐름을 보이던 내수주조차 최근 메르스 여파로 작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백화점 업종에선 한 달간 롯데쇼핑(-14.42%) 현대백화점(-11.62%) 신세계(-4.32%) 등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2조3000억원가량 증발됐다. 화장품 업종의 선두주자 아모레퍼시픽도 같은 기간 주가가 약 5% 떨어졌고, 하나투어(-14.76%) 모두투어(-10.72%) 등 여행·레저주도 직격탄을 맞았다.
금융투자업계는 대형주들이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발목을 잡는 원인들이 실적·업황 등 펀더멘털과 관련 있는 상태라 분위기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
자동차 업종은 내수 판매가 약세를 보이는 데다 주요 시장인 유럽과 중국의 판매 증가세가 둔해지고 있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조선주 역시 해양플랜트 발주가 사라지면서 1분기 실적이 부진한 데다 최근 구조조정을 마친 중국·일본 업체 등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3분기는 돼야 대형주들이 상승 동력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동차주의 경우 아반떼 새 모델 등 '신차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부분이 호재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판매에 대한 실망이 나오지만 반도체가 실적의 버팀목이 돼 줄 것이라는 희망이 여전하다. 조선주에서도 △비조선 사업 부문으로 다각화가 이뤄진 기업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 위주로 차별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
안병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들이 실적부진과 메르스 여파, 경쟁력 약화 등 문제를 각자 떠안고 있어 분위기를 빨리 반전시키기가 어렵다"며 "다만 돌발악재가 없는 한 추가적인 급락 없이 조정이 이어지다 하반기 상승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