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초저금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해외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잇달아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증시나 및 에너지 업종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대부분인데 상장 시점에서 글로벌 시장상황에 따라 투자자 수익률과 거래대금 등 성패가 크게 엇갈려 주목된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상장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SMART중국본토중소형CSI500’ ETF는 이날 종가 기준 수익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이 ETF는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소형주 지수인 CSI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하반기 ‘선강퉁(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 교차거래 허용)’ 시행을 앞두고 투자 유망 상품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상장 첫날엔 30만주 가량 거래됐다. 하지만 중국본토 증시가 15일부터 급격한 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최근 일주일 평균 거래량은 5만주 규모로 줄어들었다. 22일 거래량은 2만5000주에도 못미쳤다.
지난달 28일 상장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 ETF도 중국증시 조정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ETF의 상장이후 누적수익률은 -17.3%다. 같은 지수(CSI300)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지난해 9월1일 상장된 ‘TIGER차이나A레버리지’의 상장이후 누적 수익률이 334%에 달하며 최고의 인기 해외 ETF로 자리잡았다. 이와 비교하면 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는 ‘운때’가 맞지 않았던 셈이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ER차이나A인버스’ ETF는 지난 10일 상장 이후 9거래일 만에 16.0% 상승했다. 이 상품은 중국 CSI300지수를 역으로 추종한다. 중국 증시가 하락하면 오히려 수익이 나는 구조다. 이 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약 12만5000주로 중국 증시가 6% 넘게 하락한 지난 19일엔 하루 거래량이 평소의 2배 수준인 29만주까지 늘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ETF를 출시할 때 국내외 시황을 어느 정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차이나 인버스 ETF의 경우 상장된 지 얼마 안됐지만 최근 중국 증시 조정과 잘 맞아떨어져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연초 국제 유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원유선물 ETF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자 최근 잇달아 상장된 해외 에너지기업 ETF도 때를 잘못 만나 외면받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4월28일 상장한 ‘KODEX 미국에너지’와 KB자산운용이 이달 2일 상장한 ‘Kstar미국원유생산기업’ ETF는 상장이후 각각 -5.4%와 -4.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량도 각각 1만주와 2200주에 불과하다. 두 상품 모두 미국에서 원유선물에 투자하는 기존 원유ETF보다 원유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지만, 5월 이후 국제유가가 두달째 배럴당 60달러선 안팎의 박스권에 갇히면서 초반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4월29일 상장된 ‘TIGER원유인버스’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뉴욕거래소에 상장된 WTI원유선물 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중동과 미국의 원유 패권 다툼으로 WTI원유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서 인기를
이용국 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장은 “ETF는 시장 상황에 따른 방향성에 투자하는 수요가 큰 만큼 선제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놓는 노력이 업계 발전이나 투자자의 선택권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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