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도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자리 바뀜이 잦았던 시기다. 모처럼 펼쳐진 강세장 속에서 국내 증시의 ‘원투 펀치’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부진했던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고의 스타 주식으로 떠오르며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주식 부자 순위에서도 변화가 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턱밑까지 쫓아왔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5위까지 밀려났다.
◆ 아모레퍼시픽·셀트리온 뜨고 삼성電·현대차 지고
올 상반기 국내 증시를 빛낸 최고의 신데렐라를 꼽으라면 단연 아모레퍼시픽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연초 시가총액 순위는 16위였지만 29일 종가 기준으로는 시가총액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 고성장세가 주목을 받으면서 올 상반기에만 22만1100원(수정주가 기준)에서 40만원선까지 80% 가량 뛰었다. 지난 5월 초 액면분할 전에는 주가가 40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주가는 여전히 고공 비행 중이다.
셀트리온도 핫 이슈였다.올해 상반기엔 바이오·제약업종이 초강세를 나타냈고 셀트리온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합산 시가총액 순위로 셀트리온은 연초 60위에 그쳤지만 현재 30위에 랭크돼 있다. 셀트리온 아래로는 하나금융지주, 현대중공업, CJ 등 쟁쟁한 대형주들이 자리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시총 규모는 한 때 1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코스닥에서 시총 10조 기업이 나온 것은 NHN(현 NAVER) 이후 7년 만이었다. 셀트리온은 코스닥 시총 순위로도 다음카카오에 뺐겼던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중소형주 강세장 속에서 전통적 대형주들은 맥을 못 췄다. 특히 코스피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신차 판매 부진, 엔저로 인한 일본기업의 공세 등 악재가 겹친 현대차는 한때 시가총액 순위 4위까지 밀리기도 했다. 현대차는 5월 말 SK하이닉스에 추월당한 후 최근 한국전력과 3위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코스피는 8.9% 오른 반면 현대차 주가는 21.9%나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시총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연초 14.6%에서 현재 12.4%로 줄었다. 삼성전자 주가도 같은 기간 4.4% 빠졌다.
POSCO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치주의 선두주자격인 POSCO의 현재 시가총액 순위는 12위. 연초까지만해도 5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실적 부진과 검찰 수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어느새 10위권 밖까지 밀려났다.
◆ 이건희 11조9068억원 vs 서경배 11조3781억원
대한민국 주식부자 1, 2위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라고 답할 것이다. 보유 상장주식 평가액 순위에서 1위는 역시 이건희 회장이 맞다. 하지만 2위는 예상을 깨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차지했다. 이 회장과 서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각각 11조9068억원, 11조3781억원으로 불과 5000억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연초보다 이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5500억원 가량 감소한 반면 서 회장은 5조8845억원에서 두 배 가량 불었다.
지난해 제일모직과 삼성에스디에스가 잇따라 상장하면서 연초 주식 부자 2위에 올랐던 이재용 부회장은 서 회장에게 밀려 3위로 내려왔다.
4위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SK와 SK C&C 합병 발표 이후 두 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지분 가치도 연초 3조5178억원에서 4조605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어느새 주식부자 서열 5위까지 하락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등 현대차그룹주의 동반 부진으로 정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는 5조8268억원에서 4조5542억원으로 1조원 넘게 감소했다.
재벌가가 즐비한 주식부자 순위의 10위권 내에 새로운 이름이 있다. 9위에 오른 임성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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