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안이 다뤄질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이 소액주주들에게까지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의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료와 함께 의결권 위임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여기에는 위임장을 넣어 삼성물산에 돌려보낼 반송 봉투도 포함됐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에게 합병안에는 찬성표를, 현물·중간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자는 엘리엇매니지먼트 제안에는 반대표를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연락이 닿는 일부 소액주주들에게는 직접 전화를 돌려 합병안에 찬성해달라고 호소 중이다. 지난달 30일 소액주주들에게 이사회 명의로 된 위임 권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기관투자가나 일반 법인이 아닌 소액주주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합병 찬성을 독려하는 것에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10년 동안 삼성물산 주식에 투자했지만 회사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리둥절해하기도 했다.
그만큼 삼성이 합병 성공에 명운을 걸고 있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록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신청이 지난 1일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삼성으로서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2위 의결권자문업체인 글래스루이스는 기관투자가들에게 합병안을 반대하라는 의견서를 발송했다. 글래스루이스는 해외 연기금을 포함해 1000여 곳에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로 이 같은 권고는 전체 의결권 중 33%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도 삼성의 확실한 우군으로 보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열린 SK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SK-SK C&C 합병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똑같은 논리로 삼성물산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에 반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에 의결권 자문을 해주고 있는 서스틴베스트도 지난달 10일 기관투자가들에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안에 반대하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7일 임시 주주총회일까지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의 권고안 방향,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찬반 결정,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 등 합
삼성물산이 주총에서 승리하려면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삼성의 확실한 우호 지분은 계열사 및 이건희 회장과 백기사 KCC의 것을 모두 합쳐 19.95%에 그치고 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