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의결권자문기구(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 반대 권고 의견을 내놓자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삼성물산이 적정가치 대비 49.8% 할인된 값에 합병 비율을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ISS가 근거로 삼은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는 7조2630억원 수준으로 과대평가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SS는 영업가치를 계산할 때 호황기였던 지난해 실적을 사용했다”며 “밸류에이션 측정에 오류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교대상군이었던 대우건설 등은 정상 손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됐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최근 저유가가 야기한 해외건설시장 축소로 인해 수익률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광산개발사업인 로이힐 프로젝트(6조5000억원) 덕분에 수익이 증가해 4%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영업환경 악화로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금융투자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9개 증권사가 추정한 영업이익 평균치는 48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5.40% 줄었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 또한 “ISS는 세법상 법인세율을 할인하지 않은 상태로 비영업가치를 더했다”며 “삼성물산에 대해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에 비해 제일모직의 가치가 낮게 평가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SS는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를 1조5000억원 수준으로 봤지만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성사된다고 가정했을 때 제일모직의 바이오 지분 가치는 2020년 9조9000억원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삼성바이오가 밝힌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로드맵을 고려할 경우, 회사 가치를 재평가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회사는 글로벌 제약사들과 임상 제품들에 대한 중장기 CMO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며 “매출은 추가로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계 사모펀드 앨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제기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신청은 이날 기각됐다. 법원이 KCC에 대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 처분이 모두 정당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가능성은 좀 더 높아졌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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