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그리스 섬이나 한번 사볼까?”
그리스 경제가 늘어난 빚더미로 유럽연합(EU) 탈퇴 위기에 직면할 정도로 궁지에 내몰린 상황에서 일부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그리스 부동산에 장기투자해보자는 발빠른 움직임까지 생겨나 주목된다.
7일 부동산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몇몇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서 그리스 현지 답사 등 치밀한 준비 끝에 지중해 해변가 집과 땅을 수십억원을 들여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소식이 여의도 증권가를 타고 퍼지면서 해외투자에 발빠른 슈퍼리치, 글로벌 IB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그리스 부동산 이야기가 화제다.
그리스 부동산 시장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계속 떨어지면서 당시 대비 약 37%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유로화 가치도 크게 하락했다. 2011년만 해도 원·유로 환율은 1유로당 1600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1250원선까지 내려앉았다. 반값보다 더 싼 가격에 해외 별장에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또 그리스 정부 측에서도 해외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투자여건은 좋아졌다.
발빠른 국내 슈퍼리치들이 그리스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것은 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과거와 달리 부동산 매물 정보 등 스마트폰과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투자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회사인 세빌스(www.savills.co.uk) 홈페이지에선 그리스섬은 물론 전세계 부동산 매물들이 사진과 지도, 그리고 매도 희망 가격과 함께 자세히 소개된다. 예를 들어 지중해 연안 코르푸 지방에 방5개, 욕실 5개가 딸린 초호화 빌라가 수십장의 사진, 위치 지도와 함께 450만 유로에 매물로 소개되는 식이다. 영어와 한글을 혼용해서 왠만한 투자자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채팅창을 통해 현지 딜러와 즉석에서 영어로 상담도 가능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직접 하와이, 베트남, 유럽 등에 해외부동산 투자에 나서려면 과거엔 ‘브로커’ 수준의 국내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소개해준 매물을 알음알음 사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전세계에 뻗어있는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들로부터
박합수 국민은행 PB팀장은 “해외부동산 투자는 과거와는 달리 자녀 증여 등 실수요 목적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묻어두기식 투자보다는 본인도 사용하고 지인에게 빌려주는 등 적극적인 사용 목적의 투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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