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3조원가량의 대규모 손실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회사 경영의 최고 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절대다수인 사외이사진 구성원들의 비전문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정치인을 비롯한 비전문가들로 사외이사진이 구성돼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사실상 ‘식물 이사회’라는 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31.46%)과 금융위원회(12.15%) 등 사실상 정부가 최대주주인 회사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은 2000년 12월 한국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이래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이력을 전수 조사했다.
대우조선해양 이사회는 사외이사 5명과 대표이사, CFO(최고재무책임자) 등 사내이사 2명, 통상 산업은행 기업금융4실장인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8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2년, 급여는 지난해 기준 연 6600만원이다.
현직 사외이사 5명 중 이종구 사외이사(17·18대 국회의원)와 조전혁 사외이사(18대 국회의원) 등 2명은 정치인 출신이다.
이종구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거쳤지만 집권 여당 재선의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조전혁 사외이사 역시 이명박 정부 인수위 자문위원을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올해 3월 재선임에 성공했다.
올해 3월 사외이사진에 합류한 이영배 사외이사는 농림수산정보센터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것 말고는 조선업이나 경영 분야와 관련한 이력이 없다. 정원종 사외이사는 현재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를 맡고 있긴 하지만 BS신용정보 대표를 지낸 금융권 출신에 가깝다.
경영정보 전문가인 이상근 서강대 교수(감사위원장)를 제외한 사외이사들은 정치권 출신이거나 조선·경영 분야와 뚜렷한 관련성을 찾기 힘들다.
사외이사진이 원칙없이 구성된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주인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정치권과 당국의 낙하산 인사가 판을 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사외이사 전원이 감사위원이고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들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을 맡고 있다 보니 폐쇄적인 인선이 반복돼 왔다”며 “대우조선해양은 물론이고 산업은행 역시 사외이사 인선을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잇따른 저가수주와 소홀한 재무관리로 대우조선해양 부실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초부터 올해 3월까지 모두 14건의 금융거래한도 약정 승인의 건이 이사회에 회부됐지만 100% 가결됐다. 같은 기간 14차례 열린 이사회 중 4차례 불참한 사외이사도 있었다.
전현직 사외이사 30명의 출신을 분석해보면 관료와 교수, 금융인 출신이 각각 6명으로 가장 많고, 기업인(5명)과 법조인(2명), 언론인(2명), 정치인(2명), 시민단체(1명)이 뒤를 잇는다.
교수 출신 6명 중 조선 전문가는 김형태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1명에 불과하다. 안병훈(KAIST), 김지홍(KDI), 신광식(KDI) 전 사외이사는 경제학 박사이고 송희준 전 사외이사는 정부3.0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책학 박사 출신이다.
기업인 출신 전현직 사외이사 대부분은 조선업이나 경영관리 분야와 무관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상곤 전 사외이사는 한국전기안전공사 홍보실장 출신이 PR관련 인사이고, 장득상 전 사외이사는 갑을개발·힘찬개발 등 건설업체 임원 출신이다. 이민희(전 서울남부지검 검사), 이정수(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은
세계일보 기자와 문화일보 논설실장을 지낸 윤창중 전 사외이사는 임기 9개월 만에 사외이사직을 그만두고 박근혜 정부 초대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경기도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글로벌코리아포럼 사무총장을 지낸 김영일 전 사외이사도 전문성을 가늠하기 힘들다.
[전범주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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