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사상 첫 중간배당부터 제일모직·SK하이닉스의 통 큰 자사주 매입에 이르기까지 국내 대표기업의 주주친화 정책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약발이 썩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오후 1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각각 0.87%, 0.85% 하락하고 있다. 제일모직이 전날 44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지만, 합병 승인 이후 연일 떨어지는 주가를 떠받치지는 못했다. 오히려 두 기업의 주가는 각각 17만1000원과 5만86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15만6493원, 5만7234원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증권사들이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발표 직후 한 목소리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가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아질 염려는 덜었다”고 평가한 것과 사뭇 다른 결과다. 투자자들이 이번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향한 시발점이라기보다는, 삼성물산과의 합병 마지막 관문인 반대매수청구권 행사를 저지하기 위한 ‘주가 띄우기’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일련의 주주환원 정책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굵직굵직한 사건에 따른 주주 반발을 무마하려는 차원이라는 시각이 많다”면서 “일시적으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일 수 있어 국내 상장사의 주주친화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도 859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뒤 전날 모처럼 2.09% 반등했던 주가가 하루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24일 오후 1시 주가가 0.64% 내리고 있다. 회사측이 자사주를 장기보유할 목적으로 소각할 계획이 없고, 향후 꾸준히 매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 매입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SK하이닉스 주가가 52주 신저가까지 곤두박질치고 심리적 지지선인 4만원선마저 깨지면서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일회성 이벤트’였다는 의구심이 짙은 것.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으려면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이 확인돼야 하는데, 이번 실적 발표때 명확한 방향성을 읽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는 자사주 매입보다는 배당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은 주로 주가가 현저히 낮을 때 일시적인 부양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지만, 배당은 한 번 늘리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상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 현대차 주가는 전날보다 1.81% 오른 14만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값 약세에다 중간배당까지 호재로 작용해 23일 5.34% 급등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강세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주당 1000원 중간배당이 시장 기대치보다 높기도 했고, 시장에서도 자사주 매입보다는 배당이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면서 “자사주는 매입했다가 언제든 주가가 올랐을 때 다시 처분할 수도 있지만, 배당은 일반적으로 목표치를 올려잡으면 주가나 실적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실적이나 업황이 뒷받침해줘야만 주가를 지탱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LG디스플레이 주가가 한상범 사장 등 경영진의 꾸준한 자사주 매입에도, 한미반도체가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계약 체결에도 불구하고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것도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도 좋지만 결국은 실적 성장이 이뤄져야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다만 한국 기업의 성장이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