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코스피 시가총액 2위를 탈환했다. 원화값 약세로 실적 반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데다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면서 주가가 힘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맏형인 현대차의 주가상승으로 다른 현대차 계열사와 자동차부품 주가도 크게 올랐다.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직전거래일보다 6000원(4.32%) 오른 1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이 31조9401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이날 주가가 1.04% 떨어진 한국전력의 시총(30조5896억원)을 넘어섰다. 현대모비스(6.2%) 기아차(4.43%) 현대위아(1.94%) 등 현대차 계열사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환율 덕분에 연초 제시한 목표 판매량(505만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29일 1068원까지 올라갔던 달러당 원화값은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167원까지 내려갔다. 100엔당 원화값도 지난 6월 24일 893.51원에서 27일 944.31원으로 하락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로 달러당 원화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함에 따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1.6% 늘어나게 된다”며 “올해 상반기에 일본 업체와의 경합에서 다소 부진했지만 100엔당 원화값이 100엔당 944원까지 떨어진만큼 하반기에는 경쟁력이 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주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 현대차가 기대치에 부합하는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영업이익은 1조 750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16.1% 감소했지만 지난 1분기보다는 10.2%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컨센서스를 1.9% 상회한 것이다. 분기실적이 컨센서스를 넘어선 것은 201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가 사상 최초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큰 기여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기대치(주당 500원)를 넘어서는 주당 1000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목표 배당성향도 단기 15%, 중장기 25~30% 등 과거에 비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기아차도 시장기대치에 부합하는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등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K5 및 스포티지와 같은 신차의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있어 주요 판매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율을 비롯한 매크로 환경 역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부품사들의 대형화로 모비스를 통한 현대차그룹의 핵심부품 내재화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단순모듈조립 부문의 부진이 예상되나 이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모비스의 미래인 핵심부품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주가가 반등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침체돼 있던 자동차부품 주가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현대차 의존도가 높은 덕양산업(8.59%) 한라비스테온공조(4.71%) 에스엘(4.65%) 성우하이텍(3.52%) 등 자동차부품업체들도 27일 주가가 올랐다.
다만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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