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의 흐름 속에서 음식료업종이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진한 2분기 실적 시즌 중에 음식료업종의 실적 안정성이 주목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 종목의 성장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오뚜기는 전일 대비 11만2000원(9.76%) 오른 12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뚜기는 지난 6일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서며 새 황제주로 등극했다. 이날은 주가가 장중 146만6000원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를 또 경신했다. 오뚜기는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 주가는 이달 들어 53.3%나 급등했다.
오뚜기의 자회사인 조흥의 주가 상승도 만만치 않다. 조흥은 이날 상한가를 찍으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조흥 주가도 이달 들어 46.1% 올랐다. 오뚜기와 조흥 외에도 동원F&B, 서울식품, 삼립식품, 농심, 크라운제과, 삼양식품, 팜스코 등이 이날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음식료업종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것은 수출 중심 대형주의 실적이 2분기에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내수를 기반으로 한 음식료업종의 실적 안정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곡물가격이 하락하면서 이들 음식료 기업들의 이익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64.6으로 2009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9.4%나 하락했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도 이들 기업의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가정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오뚜기는 국내 가정 간편식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업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09년 717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조7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도 전년 대비 15~20% 성장할 것”이라며 “소득수준 향상, 라이프스타일의 서구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노령화 사회라는 한국 사회의 단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정 간편식 소비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열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뚜기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0배를 넘어섰다. 대표적인 고PER 종목으로 꼽히는 제약·화장품업종의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의 PER은 51배 수준이다.
또 재고 압박으로 지난 2년간 하락했던 곡물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환율도 부담이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 달러 환율이 오르게 되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음식료업체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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