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갯속 증시, 업종별 점검 ◆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학·정유 종목은 올해 10~40%에 이르는 주가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롯데케미칼이 작년 마지막 거래일 대비 40.6% 뛴 것을 비롯해 LG화학(22.9%) S-Oil(20.3%) GS(9.9%) SK이노베이션(8.3%) 등 대부분 뛰어난 주가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형주 지수가 1852.81에서 1818.27로 1.9% 밀린 것과 정반대다.
정유·화학 관련주가 상승세를 띤 이유는 △국제유가 안정세 △실적 회복과 기저효과 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정유·화학주는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중국 업체의 공급 과잉으로 정제마진이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계속 떨어지던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수준에서 안정세를 찾은 데다 정제마진과 석유화학제품 스프레드(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도 크게 개선됐다.
여기에 1분기와 2분기 실적이 좋았던 부분이 주가 상승에 탄력을 더했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저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주가 흐름은 2분기 호실적을 발표한 이후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LG화학은 지난달 1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26만원에서 22만2500원까지 14.4%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23일 실적을 공개한 다음부터 10만8500원에서 9만2200원까지 15.1% 밀렸다. S-Oil도 지난달 22일 실적 발표 이후 6만600원에서 5만8200원까지 밀린 상태다. 대개 '어닝 서프라이즈'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일반적인 현상과는 딴판이다.
이들 주가가 힘을 전혀 못 쓴 이유는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서 일제히 어두운 하반기 전망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SK이노베이션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는 KDB대우증권 신영증권 등 5곳에 이른다. S-Oil도 신영증권 SK증권이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화학 관련 종목은 정유주보단 상황이 낫지만 '중립적'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6월 말 배럴당 59.47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7일(현지시간) 43.87달러까지 떨어졌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5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5월 평균 10.0달러, 6월 평균 6.7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는 데 반해 유가 반등 속도는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정유·화학 관련 종목들이 뛰어난 2분기 실적을 냈지만 연간 영업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관련 종목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내려가는 추세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초만 해도 LG화학 3분기 영업이익을 5000억원대 후반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4000억원 후반~5000억원 초반을 제시하는 곳이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도 4000억원 수준이던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예상치가 3000억원대까지 하향했다.
물론 금융투자업계의 실적 우려가 과도하다고 진단하는 쪽도 있다. 대부분 하반기 정제마진 반등과 유가 안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