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동안 코스피는 1900선이, 코스닥은 700선이 무너졌다. 둘 다 충격을 받았지만 하락폭을 살펴보면 코스닥의 하락률이 훨씬 크다. 코스피 하락률은 5.4%이고 코스닥 하락률은 14.3%나 된다. 코스피에서도 대형주(-4.2%)보다 소형주(-12.8%)에서 주가 하락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 기간이 한창 '외국인 투자자 엑소더스'가 나타나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코스닥 및 중소형주의 퇴조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외국인들은 자금을 빼내도 유동성이 풍부해 비교적 주가 하락이 덜 나타나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를 해왔던 터라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 대형주 위주로 현금화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빼낸 자금은 1조1024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오히려 340억원 순매수했다. 위안화 절하 쇼크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라는 양대 악재 속에서도 코스닥에서는 계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그럼에도 코스닥 하락률이 코스피 하락률보다 월등하게 높은 이유는 국내 기관이 본격적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금을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은 코스닥 시장에서 995억원을 매도했고 유가증권 시장에서 무려 1조6133억원을 매수했다.
그동안 큰 폭으로 올랐던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무게 축이 이동한다고 보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그동안 저평가됐던 대형주가 올라가는 장세가 시작됐다"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진 중소형주의 조정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대형주 위주로 분할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운용사 헤지펀드 팀장은 "바이오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그동안 압축적으로 상승한 탓에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이 기업들이 증시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며 "시총 상위 종목들 중에서는 일본 매출 비중이 높은 네이버 외에는 전망이 밝은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견해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주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 중 코스닥 종목이 2개 포함돼 있다. 식품업체인 동서와 제약업체인 메디톡스를 각각 221억원, 197억원 순매수한 것이다. 원화가치 하락의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현대차를 제외하면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시총 상위 종목들은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리스트에 들어 있지 않았다.
반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10개 종목은 모두 코스피 대형주였다. 삼성전자(851억원) 현대차(970억원) 한국전력(447억원) SK텔레콤(743억원) 등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들이 고스란히 포함됐다. 포스코(511억원) 등 그동안 소외됐던 중후장대 업종의 대장주들도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대형주 장세가 펼쳐지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1190원대로 올라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졌고 주가하락으로 투자매력도 올라가 대형주 투자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