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돋보기 (下) ◆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가자 증가한 주거비 부담에 밤잠을 설치는 저소득층도 늘었다. 주거비 부담이 늘수록 식료품·의료·학원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월세 시대로 진입하기 전에 저소득층 삶의 질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지난달 20일 처음 지급된 새로운 주거급여는 지원 대상·금액 등을 과거보다 크게 늘렸다. 주거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 33% 이하'에서 '중위소득 43% 이하'로 확대해 종전 70만가구였던 주거급여 수급자는 100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97만가구까지 늘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43% 이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고 전했다. 현재 4인 가족 기준으로 중위소득 43%는 월 182만원이다. 월 소득이 182만원을 넘지 않으면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으면 일단 지원 대상에 들어간다. 새 제도 시행으로 급여액도 평균 9만원에서 10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주거급여는 소득수준·임차료 부담 등에 따라 기준임대료를 상한으로 실제 임차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소득이 생계급여 기준(중위소득 28%, 4인 가족 기준 118만원) 이하면 지역별·가구원별로 기준임대료와 실임대료 중 적은 금액을 전액 지급한다. 소득이 생계급여 기준을 초과하면 기준임대료와 실임대료 중 적은 금액에서 자기 부담분을 차감하고 지급하게 된다.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수급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수급자 중 주택을 소유하고 그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 가구에 대해 주택 노후도를 평가해 최대 950만원까지 주택 수선을 지원한다. 이는 기존 주거급여 주택개량 지원한도 220만원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조사를 통해 파악한 노후도에 따라 보수 범위를 세분화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며 "소득인정액이 80만원이고 난방시설 보수, 단차 제거 등이 필요한 장애인은 중보수에 해당해 최대 650만원까지 주택 개량을 지원하고 장애인이므로 추가로 최대 380만원까지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한다"고 말했다.
시행 한 달을 조금 넘긴 새 제도는 아직 100% 완벽하지 않다. 97만가구 중 아직 신청하지 않아 급여를 못 받은 가구가 있다. 지난달 20일 첫 지급 당시에는 72만6000가구가 수급자로 선정됐다. 수급자 추가 발굴과 보다 적극적인 신청이 필요한 대목이다. 월세 부담이 커지면 추가적인 소득기준과 기준임대료 상향 등도 검토해야 한다. 월세 부담은 느는데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새 제도는 금세 낡은 제도가 된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주거비 보조제도가 본격화하기까지 10년 이상 세월이 걸렸다"며 주거급여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꼭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주택정책 당국의 의지가 강한 만큼 새로운 주거급여 체계가 서민주거 안정 열쇠로 잘 작동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