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분석 / 회사채 ◆
최근 회사채 리테일 판매가 감소하면서 채권 영업맨들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회사채는 이자율이 너무 낮아 투자 매력이 없고 그보다 신용도는 떨어지지만 이자는 쏠쏠히 챙겨주던 알짜 채권들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증권사 채권세일즈 담당은 "은행 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예·적금을 깬 돈으로 살 만한 회사채가 있느냐는 투자 문의가 빗발치지만 그들에게 마땅히 추천할 만한 물건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처가 없기는 은행·보험 같은 기관도 마찬가지"라며 "2~3년 전에 매수했던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는데 만기 도래 자금으로 딱히 매수할 채권이 없어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재발행하지 않고 현금 상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 여유자금으로 채권을 갚기도 하지만 조선 건설 등 일부 업종에서는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서 회사채 발행 미매각, 금리 상승 등 평판 리스크를 감안해 차환하지 않는 사례도 많아졌다.
과거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큰손으로 군림했던 포스코는 지난 4일 만기 도래한 5000억원 규모 채권을 자체 자금을 동원해 상환했다.
오는 11월 추가로 만기가 돌아오는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또한 현금 상환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외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겪었던 포스코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부터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신규 발행 계획 또한 미정이다.
삼성SDI는 지난 16일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 상환했고 다음달 14일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2000억원어치만 차환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은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기업들이 회사채를 금융비용 감축, 만기 장기화 등 재무 개선에만 활용하면서 더 심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들이 발행한 일반 회사채 규모는 25조원에 달하는데 이 중 30%가 넘는 7조5000억원가량이 회사채 차환에 쓰였다. 운영자금으로 쓰인 비중은 전체 중 56%(13조8000억원)이고 이마저도 거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됐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투자 위축뿐만 아니라 올해 들어 우량기업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만기가 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차환 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나마 발행되는 우량 회사채 금리는 매우 낮다. 지난 25일 기준 AAA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91%, AA등급 금리는 1.97%로 2%에도 못 미친다. 은행 예금과 비교해도 별 매력이 없는 금리 수준이다. 가끔 발행되는 고금리 채권들은 투자자들이 떠안아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큰 것들뿐이다. 다른 국내 증권사 채권담당자는 "대한항공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금리가 5% 가까이 되지만 너무 위험해 투자를 권할 수 없다"며 "금리가 낮은 채권, 리스크가 너무 큰 채권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시장에는 회사채가 없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회사채 대안으로 국내 금융권의 조건부 자본증권, 일명 코코본드가 부각되고 있다.
코코본드는 발행사가 부실 금융회사
[김혜순 기자 / 전경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