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올해 아파트 시장 기록은 '부산·대구' 지역에서 쏟아지는 모양새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청약경쟁률이 높은 상위 20개 단지 가운데 15곳이 부산·울산·경남·대구에서 나왔고, 그중에서도 12개 단지는 부산과 대구였다.
4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전날 현대건설이 대구 수성구 황금동 240 일대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1순위 청약 접수 결과 197가구 모집에 총 12만2563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622.1대1을 기록해 종전 최고치인 '부산 광안 더샵'의 기록 379대1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힐스테이트 황금동' 분양 관계자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1260만원 선이어서 수성구 평균 분양가보다 20%가량 높음에도 웃돈을 1억원까지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가 거래되는 매매·경매 시장도 활발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 연간 상승률이 지난해 2.43%에 이어 지난달 말 기준 3.35%를 보인 가운데 대구는 지난해 11.7%, 올해 상반기 9%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은 "경매 시장에서도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전국 평균 90~92% 선인 가운데 대구는 올해 106.3%를 기록하는 등 3년 연속 100%를 넘었고 부산도 95%를 넘는다"고 말했다.
반면 침체 우려도 있다. 정보업체 닥터아파트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157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지방 하반기 미분양 급증 우려 지역으로 대구(61.8%), 부산(52.7%)이 1·2위를 차지했다. 이달 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부산 미분양 주택은 2009년 1만5000여 가구까지 늘었다가 올해 청약 열기 속에 지난 1월부터 줄었지만 지난 6월에 이어 7월(1371가구)에 다시 늘었다.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지난달 말 분양한 초고층 아파트는 997가구 모집에 5만3000명이 몰려 93.1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에선 약 절반이 계약해 미분양이 걱정이다. 대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올해 1만3899가구를 비롯해 내년 2만6780가구, 2017년 1만6960가구 등 대량 입주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2호선 연장 개발 등 호재도 있지만 경기 여건이나 아파트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부산·대구 시장 '과열'과 '활기'의 경계 속에서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는 지방에선 특히 높은 청약 경쟁률과 달리 계약률이 낮은 편"이라며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린 과열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동산팀장 역시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기존 아파트는 오래됐고 새 아파트 공급은 뜸했기 때문에 실수요도 적지 않다"며 "다만 3.3㎡당 분양가가 1100만~1300만원 선이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실수요든 투자든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