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는 지난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기업공개 안건을 처리했고 이튿날인 11일 KDB대우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 세 곳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뽑으면서 IPO 작업에 착수했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최소 12조원에서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텔롯데는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절차)이 적용됨에 따라 이르면 연내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의 이번 상장은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마찰을 빚어 롯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7월 말 롯데그룹의 경영권 다툼 논란이 일자 그룹주의 주가는 일제히 급락세를 맞았다.
롯데가 일본기업이 아니냐는 국적 논란도 이어지자 신 회장은 지난달 11일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뿐만 아니라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80%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일 열린 임시주총에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호텔롯데 등기이사에서 해임하면서 롯데 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었다.
또 신 회장은 오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무대에도 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감을 통해 경영권 분쟁으로 퍼진 국적논란, 반(反) 롯데 정서 등을 해소하고 이미지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호텔롯데의 상장이 그룹 쇄신차원의 IPO인 만큼 그룹주들도 수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지난달 11일부터 현재(11일 종가 기준)까지 롯데제과와 롯데쇼핑의 주가는 각각 18.7%, 38.9%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1% 가량 하락한 것에 비해 다소 높은 수치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그룹 내 많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로 떠올랐다. 특히 호텔롯데 뿐만 아니라 두 기업이 보유한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비상장 계열사의 추가 상장이 예상되면서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이밖에도 롯데푸드(22.2%), 롯데케미칼(16.2%), 롯데칠성(4.6%) 등이 강세를 보였다.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가 IPO를 결정하면서 그룹주들이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번 개편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이날 IBK투자증권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에 대해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높인다 해도 롯데쇼핑이 입는 수혜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기 위해서는 핵심사업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이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의 중심에 있긴 하지만 장기화된 불황과 대형 유통사들의 영업 환경 악화 등의 이유로 실적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기연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그룹사의 지주회사 재편과정에서 자회사들의 IPO를 통해 수익성과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호텔롯데는 이번 IPO로 2조~3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해 롯데쇼핑의 보유지분을 사들여 상호출자 연결고리를 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의 그룹주의 주가상승이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SK증권은 호텔롯데가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수자금이 총 9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매경닷컴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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