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아현역 푸르지오’ 입구 모습. 마무리 공사가 한창으로 현장에 샘플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경DB] |
서울시내의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발생한 원인은 단지마다 다양하지만 주택업계에서 손꼽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비싼 건축비’다.
실제 올 상반기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서 분양했던 아파트는 대부분 100% 팔린 상태다. 하지만 대우건설(대표이사 박영식)이 짓는 ‘아현역 푸르지오’만이 분양시작 반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미분양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시 미분양주택 통계자료에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이 단지의 일반분양 315가구 중 76가구는 아직도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일반물량의 약 25%가 미분양인 셈이다.
특히 대형면적인 전용 109㎡A형은 76가구 중 52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미분양률이 무려 68%에 달했다.
아현역 푸르지오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신촌(일반분양 625가구)’은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 두 배 가까이 많지만 잔여물량이 없다. 대림은 일찍 완판한 덕분에 모델하우스마저 철수한 상태다.
분양기간만 놓고 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아현역 푸르지오’는 지난 4월 7일 모집공고 승인을 받았지만 ‘e편한세상 신촌’은 한달이나 늦은 5월 7일 승인을 받았다.
다시 말해 ‘e편한세상 신촌’은 약 2~3개월 만에 전 가구 계약까지 성공했지만 ‘아현역 푸르지오’는 반년 가까이 잔여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 미분양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아현동 푸르지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붙어있는 잔여세대 분양 전단 모습 [매경DB] |
한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현역 푸르지오 분양업체가 온라인상에서 ‘선착순 2차 특별분양’, ‘회사보유분 특별분양’ 등의 문구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지만 조합이 지주인 재개발 아파트에서 회사보유분이 어떻게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주택시장이 불황일 때나 등장하던 일명 ‘떼분양’이라고 불리는 조직분양인력이 상당수 투입됐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대우건설은 1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서초구 서초동에서 있었다. 삼성물산의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의 맞수라며 선보인 ‘서초 푸르지오 써밋’ 얘기다.
일년 전인 지난해 9월에 모델하우스를 오픈한 이 단지는 올해 1~2월까지 대형인 전용면적 120㎡의 일부 물량이 남아있었다. 같은 시기 분양했던 삼성물산의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우성3차 재건축)가 계약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채 안돼 모두 팔려 모델하우스 문을 연지 1달만에 분양을 마친 것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일각에선 대우건설이 건설사의 이익이 되는 건축비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어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아현역 푸르지오’의 전용면적 84㎡의 건축비는 최저 2억3100만~2억5200만원으로 책정됐다. ‘e편한세상 신촌’의 같은 면적 건축비가 2억1300만원~2억4400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가량 비싸게 책정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는 산정된 분양가 중 건축비의 원가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이 부분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주택 수요자 입장에선 결국 분양가가 구입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로 미분양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공급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분양가상한제 마저 폐지된 상황에서 분양가격이 크게 올라갈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이 다음달 분양하는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분양가가 3000만원 후반대에서 책정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사업지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서 3.3㎡당 4000만원이 넘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에 행정구역상 반포동에 속하지만 한강변이 아닌 외곽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분양가가 다소 높은 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했던 도로 하나 차이의 ‘서초 푸르지오 써밋’의 분양가는 3.3㎡당 약 3156만원선에서 책정됐다. 공급면적 110㎡를 기준으로 하면 2억6000여 만원으로 1년여 만에 약 25% 뛴 셈이다.
이는 반포동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반포 자이(3.3㎡당 약 3578만원)’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포
[매경닷컴 조성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