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특검이라고 하면 검찰의 특별검사제도에 의한 검사팀을 떠올린다. 하지만 건축에서도 특검이 있다. 이들은 검찰 못지않게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건축물 사용승인 시점에 허가받은 대로 공사를 했는지, 준공 접수된 도면과 현장이 동일한지, 준공 접수된 도면이 현행법 또는 허가시점의 법에 이상은 없는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이 특검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원칙대로 확인하고 준공검사를 하면 되는데도 무슨 일로 등장하는 것일까?
건축법이 기준을 세우고 있고 다양한 관련법들이 있지만 모든 건축 현상들을 법 하나로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상황을 판단할 공무원 또는 건축사들이 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한 탓이다.
특검이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는 법에 대한 지식습득의 편차가 큰 것을 이용해 자신이 알고 있는 법의 내용을 과도하게 깊이 주장함으로써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고, 사용승인 마지막 절차가 특검인 만큼 특검이 급할 건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 지역에서 사용승인을 득하기 위해 관할 구청을 통해 특검을 지정받았다. 무슨 특별한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설계를 한 건축사가 큰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기에 문제없이 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특검의 현장 확인 후 끊임없이 구비서류와 보완을 요구받았다. 특검과의 실랑이로 인해 1주일을 매일 서울 사무실에서 지방으로 출퇴근을 해야 했고 하염없이 특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야 했다. 특검은 단열재에 대해서 집요하게 요구를 했다. 단열재에 대한 시험성적과 납품확인서를 요구했고 당시 단열재가 샌드위치 판넬이었기 때문에 단열재회사가 판넬업체에 납품한 납품증명서와 판넬회사가 공사현장에 납품한 납품증명서에 판넬과 단열재회사의 시험성적서까지 준비해야 됐다. 현장 한 곳에 3군데의 판넬회사와 판넬회사에 납품한 단열재회사 3군데의 서류까지 더해져서 서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어렵게 준비해서 더 이상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되던 서류였지만 특검은 서류의 진의를 의심하며 원본을 갖다 줄 것을 요구해 서울과 지방을 수차례 오가야 했다. 물론 가지고 온 서류도 가짜 같다고 의심했다면 거짓말 같을지 모르겠다.
사용승인의 권한은 허가권자에게 있지만 허가권자가 현장을 확인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에 허가권자를 대신하여 전문가인 건축사가 대행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행을 위한 서류에 모든 법적인 부분에 대한 확인을 하도록 되어 있다 보니 건축물에 위법이 있을시 대행을 한 특검 건축사가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어렵게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알고 있는 법지식을 모른척 할 수도 없고 법지식을 총동원하자니 관행과 같이 해오는 일반적인 위법 요소 앞에서 갈등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용승인을 위한 현장검사 대행(특검)이 누구하나 큰 이익을 가져가는 것이 아닌 만큼 각자가 느끼는 적정수준에 편차가 크다. 그래서 예상할 수 있는 범위가 없다. 지독하게 현장을 파헤치는 사람도 대략적이고 전체적인
허가받은 후 시공사나 건축주 임의의 변경이 아닌 가급적 허가받은 대로 사용승인까지 가거나 건축사와 충분한 논의 후 변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정착된다면 염라대왕같은 특검은 거의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라임건축 김법구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