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엔씨소프트(3444억원)와 네이버(2182억원)를 각각 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삼성SDI(980억원) 기아차(830억원) 현대글로비스(721억원) KT(682억원) 삼성생명(611억원) 등도 600억원 이상 사들였다. 엔씨소프트에 대한 순매수 규모가 컸던 것은 지난 16일 이뤄진 넥슨 보유 지분 매각 영향이 컸다. 16일 하루 동안 이뤄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3758억원)의 대부분(3754억원)은 엔씨소프트에 대한 순매수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엔씨소프트-넥슨의 결별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넥슨의 지분 매각 우려감이 오버행(대량 매도 대기물량) 이슈로 작용한 탓에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억눌려 있었다"며 "이번 매각은 오버행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대해 매수세로 전환한 것은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 인상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어서다.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외국인 매수세는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보다 원·달러 환율에 더욱 민감한 모습을 보여 왔다"며 "최근 원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수세 유입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2012년 이후 외국인 매수세 유입이 주로 코스피 2000선 위에서 이뤄졌고, 지난 8월까지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했던 유럽계 자금 이탈이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9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살펴보면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자금 유출 둔화가 눈에 띈다. 영국의 경우 지난 6~8월 동안 월평균 1조73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는데 지난달에는 순매도 규모가 98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략적인 측면에서 최근 외국인 매수세 유입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화학, 에너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하드웨어, 조선, 건설, 음식료, 운송, 반도체 순으로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높았다. 음식료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경기민감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의 키는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와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 사이의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