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가격 부담과 미국 나스닥 바이오 지수 하락으로 조정에 들어섰던 제약·바이오주가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호조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에서 벗어난 내수 회복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주가가 이미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7.7% 올랐고, 코스닥 제약지수는 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4.1%)와 코스닥(1.4%) 수익률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국내 헬스케어 종목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 지수 역시 5.5% 올랐다.
시장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전날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 3분기 어닝쇼크 소식이 전해진 후 첫 거래일인데도 불구하고 4.31% 올랐다. 이날은 소폭 상승분을 반납해 1.15% 떨어졌지만 실적 악재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LG생명과학은 3분기 영업이익이 1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0% 급등했다는 소식에 이날 장 중 8% 넘게 오르기도 했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한미약품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시현했으나 최근 한달 새 주가가 30% 가까이 뛰면서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357억1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02.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남아있는 기업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 제약,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종목의 실적은 양호할 전망”이라며 “신한금융투자에서 분석 중인 10개 제약 업체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1648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제약·바이오주의 조정 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투자 매력을 부각하고 있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성장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 없이 가격 부담만 쌓인 제약·바이오의 지속적인 조정은 이제 마무리하고 다시 점차 반등할 것”이라며 “연내 국내 바이오 기업의 대규모 기업공개(IPO)와 여러 건의 기술이전 등이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연말까지 의학·약학 연구 개발업체인 아이진과 물질성분 검사 및 분석업체인 엠지메드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고 휴젤, 케어젠 등도 코스닥 시장에 신규 입성한다. 또 의료기기 업체인 유앤아이와 애니젠, 엠씨티티바이오, 큐리언트, 앱클론, 싸이토젠 등의 코스닥 기술특례상장도 예정돼 있다. 또 한미약품을 비롯해 JW중외제약, 인트론바이오, 레고켐바이오 등의 해외 기술 이전 체결도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제약·바이오주가 한번 휘청거렸던 만큼 이익 가시성이 높은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권한다. 앞서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7월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고밸류에이션 부담에 급락했고 이어 나스닥 바이오주 조정에 동조하며 또다시 하락했다. 코스피 의약품지수
박재철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장기 전망에 따른 기대감으로 주가가 재평가되는 국면이었다면 이제는 실제 이익으로 이어질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익 가시성에 따라 종목 차별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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