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웅섭, 시중은행장 10명과 조찬간담회
이날 간담회에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SC은행, 씨티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10개 은행의 행장들이 참석했다.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중국발 경제위기 우려,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 등 대외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며 "원활한 구조조정과 충분한 충당금 적립 등 선제적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의 이 같은 주문은 다음달 초부터 두 달간 금융권 대출 500억원 이상 기업에 대한 특별 신용위험평가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감원이 올해 상반기 기업 572곳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결과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권고 대상인 기업 35곳을 추렸는데 기준을 강화해 다시 실시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이번 특별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자체적으로 점검해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부실한 은행들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평가를 다시 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특히 금감원은 신용위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부실기업을 '파킹(parking)'하는 은행들에 대한 질책성 행정지도를 강화할 예정이다. 연명성 자금 대출로 살릴 수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 여력을 가능성 있는 기업으로 돌려 자원의 선순환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금융권 대출 5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대한 연간 단위 정기 신용위험평가 역시 예년보다 강화된 기준에 따라 이달 안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예컨대 지난해까지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면 부실기업으로 분류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이 상태가 2년만 지속돼도 부실기업으로 보기로 했다.
신용위험평가 결과 기업은 크게 A등급(정상), B등급(일시적 유동성 위기), C등급(워크아웃 권고 대상), D등급(법정관리 권고 대상) 등 4단계로 분류된다. 문제는 C·D등급으로 분류된 기업 상당수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각각 채권단이나 법원에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아픈데도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처럼 부실기업이 구조조정 절차를 기피했지만 은행들은 단기적인 실적 악화를 우려해 퍼주기식 자금 지원을 반복하는 등 악순환이 되풀이돼왔다. 이 같은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금감원은 은행들의 발생 손실뿐 아니라 예상 손실까지 모두 반영하는 대손준비금을 적극적으로 확충할 것을 은행들에 주문했다.
↑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오른쪽 둘째)이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에게 선제적 구조조정을 당부하고 있다. 진 원장은 연말까지 `옥석 가리기`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기자] |
또 다른 시중은행장은 "기업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게 옥석 가리기의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 김효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